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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물건

무한종이욕심

by 와옹 2008. 9. 30.
내 나이 너댓 살 무렵, 아빠가 캔디캔디 만화책을 사다주셨는데
당시 세로활자에 맨질맨질 광택이 나는 미색 종이가 어린 내 마음을 완전 흔들어놓았다.
그 종이질이 너무 좋아서, 지금껏 캔디 만화책에 대한 소장욕구가 일지 않을 정도다.
나는 뺀질뺀질한 인쇄품질에 대한 로망을 갖게 되었다.


내 나이 초6~중딩 무렵, 작은아씨들을 책과 영화로 보다가
조가 다락방 책상에서 하얀 백지를 놓고 써내려가는 모습에 그만 뿅~ 가버렸다.
초반부에 유독 흰눈이 강조되는 소설인데다, 다락방의 낭만에 새하얀 백지, 더하여 깃털 펜까지.
그 무렵 아빠가 사무실에서 가져다주신 새하얀 백지(아마 한솔복사지 쯤이 아니었을까..)를 아끼고 아껴 쓴 기억도 있다. 왠지 새하얀 종이를 앞에 두면 뭔가 써야할 거 같고 쓸 수 있을 거 같고 설레고 막 그랬다.
이것이 작가를 꿈꾸게 된 계기. (헉! 겨우 이런...;;)


그리고 중3 졸업 무렵, 시를 즐겨쓰는 친구가 타이프를 샀다.
팡! 눌러야 겨우 찍히는 수동타이프였는데 인쇄된 모양이 쬐끔 멋져보였다.
더 멋졌던 건 친구가 자작시를 인쇄했다는 점!
나는 또 개인출판물에 대한 로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컴퓨터가 나오고 프린터가 나오고 잠시 나의 로망은 때를 만나는가 싶었지만
알 수 없는 부족함(인쇄 품질이지 머)에 시들해지고..
구닥다리 컴을 쓰고 있을 때 오빠가 "지겨우면 프린터나 키보드를 바꿔봐"라고 했지만
전혀 동하지 않던 나.
이제는 그만 기십만원짜리 키보드에 혹하고 (중고 8만원짜리를 쓰고 있당 ^^v)
기십만원짜리 레이저 프린트에 혹하고 말았다...

특히나 얼마 전, 지름의 전우 룽~♡양이 보여준 레이저 인쇄물의 맨질맨질한 위력은
어린시절 캔디만화책을 연상시키는 마력(씩이나?)이 있었다!
뿐이냐? 레터지+쫄대화일의 궁합은 완전 가벼운 책 한권의 느낌을 재현했으니!!!
덴당덴당덴당덴당...
오늘은 한 와이프로거의 레이저젯 활용팁에 홀랑 넘어가서 "그래! 레이저젯을 사서 조카 생일선물로 한글책을 만들어 주는 거다!"라고 활활~. (생각해보니 컬러토너를 죄다 교체해야할 분량이라 멈칫하지만;;;;)

결론은 어릴 때
좋은 거 많이 보고
신나는 거 많이 해봐야 한다는 거. (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