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질병이 600명의 주민을 죽일 걸로 예상됩니다.
그 질병을 퇴치할 두가지 프로그램이 제시되었는데 어느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
집단1에게 주어진 내용
만약에 프로그램 A가 선택된다면 200명의 주민이 구조될 것입니다.
프로그램 B가 선택된다면 600명이 살아날 확률이 3분의 1이고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할 확률이 3분의 2입니다.
당신이라면 둘 중 어느 프로그램을 택하겠습니까?
집단2에게 주어진 내용
만약에 프로그램 C가 채택된다면 400명의 주민이 죽을 것입니다.
프로그램 D가 채택된다면 아마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3분의 1이고, 600명이 죽을 확률이 3분의 2입니다.
당신이라면 둘 중 어느 프로그램을 택하겠습니까?
선택하셨나요?
저는 B와 D를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모두가 살아날 확률(=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으면(3분의 1) 그쪽을 택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입니다.
아마 저와 반대로 생각해서 최소한의 안전을(200명은 살리는=400명만 희생시키는) 선택한 분도 있을 겁니다.
A와 C 혹은 B와 D는 똑같은 결과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답을 골랐다면 이른바 합리적인, 일관된 기준으로 답을 고른 셈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A와 D를 고른 사람들이 참가자의 78%와 72%를 차지했답니다.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기준으로 설명했을 경우 대부분이 모험을 감행하고 '죽을 수 있는 사람(=상실이 예상되는 상황)'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모험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합리적 사고라는 게 별로 대단치 않다는 뜻이죠.
최근의 광우병 불안을 보도하는 언론의 자세를 보면 정말 아 다르고 어 다른 뉴스란 생각이 듭니다.
MBC와 야당은 조금이라도 위험할 수 있다면(=상실이 예상되는 상황)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정부와 조중동 신문은 아무도 발병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쪽(=FTA의 이익이 더 클 것이라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광우병에 대한 정확한 원인규명이나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위험해지고 싶지 않은 쪽을 택하는 건 저 실험에서 말해주듯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반대로 정부는 희박할 발병확률보다는 협상의 이익(그런게 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모르겠지만)에 주목하다보니 자연스레 '모험'을 택한 것이겠죠.
그 모험을 위해 검역주권까지 포기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지만...-_-
결국 서로 다른 관점으로 사안을 보고 있는 건데요, 이래서는 서로의 의견 차를 줄일 수가 없습니다.
지금처럼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위험요소는 싹 가리고 안전하다는 말만 내세워서는 불신만 커지지요. 촛불집회에 정치적으로 조종하는 배후세력이 있다고? 있다고 하면 그들이 유능한 거 아닌가요? 그들의 논리에 밀리고 있는 정부가 더 무능한 거 아닙니까? 또는, 반박하기 어려울만큼 바보같은 협상을 했던가, 둘 중의 하나겠지요..
이미 협상을 한 이상 전면적인 재협상은 불가능할 겁니다. 미국이 바본가요?
CNN뉴스도 편파적이기 그지 없어서 (객관적인 척 하면서 불리한 사실은 입도 뻥긋 않죠) 우리나라를 무식한 나라로 둔갑시키고 말 겁니다. 그 뉴스를 본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어떤 이미지가 될까요. 아직도 한국을 '전국민이 늘상 개고기를 먹는 나라'로 오해하는 외국인이 많은 것만 봐도, 협상을 엎었을 때의 국제적 위신 손상은 불 보듯 뻔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국민 보호나 국민여론을 무시해서는 안되죠.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회사원 취급한단 소릴 듣는 건 다 "나쁘게 안할테니 잠자코 따라와"라는 식의 태도 때문입니다. 온라인 탄핵서명이 일어난 것은 (그렇게 할거면 내려오십쇼,라는 마음도 있겠지만) 그 정도로 자극을 줘야 꿈쩍할까말까인 대통령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들으려고 하지 않는 태도, 대한민국 국민이 분노하고 우려하는 건 소고기의 품질 자체보다도 저 높은 곳에서 들은 척 만 척하고 있는 나랏님과 정부의 태도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수입한 뒤 자체검역하고 부적격품은 폐기할 거란 믿음이 없소!)
위험한 걸 들여와도 국내에서 유통되지 못하게 철저히 단속한다는 믿음이 있다면, 광우병 괴담은 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발, 정부는 정신 좀 차리십쇼...
국민들 말을 멋모르는 코흘리개의 투정 쯤으로 치부하지 말란 말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