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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날적이

무서운 꿈

by 와옹 2007. 10. 24.
열심히 일하리라 해놓고 콜콜 낮잠을 잤다.
그 벌로 무서운 꿈을 꾸었다.
지하철을 탔는데 이게 애먼 노선으로 가서 화들짝 놀라 내린 것.
한적한 야외 역사.. 표 파는 곳엔 웬 순경 아저씨들이 앉아있는 묘한 동네.
아, 옛날에도 이런 적 있어. 또 한참 돌아가게 생겼네, 투덜거리며 아저씨들에게 물었다.
3호선 타야 하는데 어디서 타요?
아저씨들 웃으며 저기, 하고 내가 내린 라인을 가리켰다.
아니 저기 일산 갈거거든요. 갈아탈 곳을 지나친 거 같은데 어디 가서 갈아타요?
그러니까 저기.
아저씨들은 묘한 웃음을 날리며 별소릴 다한다는 듯이 같은 방향을 권했다.
내가 첨부터 3호선을 탔다구? 갸우뚱 하는 사이 역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화매리..화무리..? 3호선에 언제 그런 역이 생겼나?
뭔가 이상하지만 내린 플랫폼으로 가서 줄을 섰다.
그랬더니 갑자기 내 앞으로 중고생 정도 아이들이 끼어들면서 자리 싸움을 걸어오는 게 아닌가! 아니 이것들이...경로사상도 읎냐. 살짝 불량해 보이는데 이걸 밀어내 말어? 무언의 몸싸움을 하는 도중에 깼다.

이게 뭐가 무섭냐고?
그치? 귀신이 나온 것도 아니고 이상한 열차를 탄 것도 아니고, 그저 이상한 역에 내렸을 뿐인 걸.
하나도 안 무서운 꿈이다.
다만 그 곳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인상 깊어 어떻게 얘깃거리로 만들어볼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문득 옛일이 떠올랐다.
예전에 응봉동 살 때 비슷한 일 있었지...
멀리 갔다가 지하철 잘못 갈아타서 엉뚱한데로 가고 그랬던 적.
덕분에 꿈인 줄 몰랐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
지하철에 잘못 갈아타서 외곽으로 빠질만한 노선이 있어...? (응봉역은 한복판)
외곽으로 빠져봤자 한번쯤 가본 동네.
그럴때마다 경유한 건 누르팅팅하고 푸르딩딩한 노선. (응봉역은 1호선)
그럼
밤 늦게 잘못 내려서 인적 없는 외곽 정류장에 내려 집으로 들어갔던 (그 정류장에서 타고 나오기도 했던)
한번도 아닌 그 기억들이 다 꿈?
현실이 아니었다고?
그런데 쭉 현실인 줄 알고 있었다고?
에에에애?!
섬뜩함의 쓰나미.
촤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