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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영화

올해도 넘버링 256. 서칭 포 슈가맨

by 와옹 2019. 12. 30.

2011년 / 86분
스웨덴, 다큐

감독  말릭 벤젠룰
출연  로드리게즈, 말릭 벤젠룰 외

한마디로... : 남아공의 전설, 슈가맨을 부른 미국 가수 로드리게즈를 찾아서...

(미국 가수와 남아공의 이야기인데 왜 스웨덴 다큐 영화로 나올까.
영화의 내용만큼이나 희한하다.) 

양준일 신드롬으로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의 유래가 이 영화였다는 걸 알게 되고, 양준일이 해당 가수 로드리게즈와 평행이론급으로 비슷하다는 이야기에 궁금해져 본 영화. 
영화는 어리둥절하게 놀라운 이야기를 밋밋하고 슴슴하게 담아냈다.
아무래도 이미 지나버린 이야기를 재구성하다보니 현장감이 1도 없어 그런 것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재미있는 다큐는 많잖아? 변명의 여지없이 다큐영화로서의 재미나 완성도는 많이, 마아아아않이 떨어진다. 군데군데 번역이 안 된 자막이었던 걸 감안해도 그렇다. 그런데도 영화 속 실제 주인공인 식스토 로드리게즈의 우뚝한 삶은 큰 울림을 줘서... 이나마라도 기록으로 남겨 다행이란 기분. 

70년대 미국에서는 단 두 장의 앨범으로 한번 떠보지도 못하고 사라진 가수 로드리게즈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악명 높던 폭압의 시대를 살던 젊은이들에게 (음악과 문화로 사회를 바꿀 아이디어를 준) 전설의 가수로 살아숨쉬고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에다,  
그 두 세계가 철저히 단절된 채로 수십년이 흘렀다는 기막힘에 
죽은 줄 알았던 가수를 어느날 실제로 찾아낸 이 짜릿한 드라마는  
성대한 공연 후 일상으로 돌아간 전설의 모습에서 담담한 여운을 주며 끝난다. 

주인공 로드리게즈의 가장 멋진 점은, 노래도 좋았지만, 꺾인 꿈과 별개로 고된 노동의 삶을 기꺼이 받아들였으며 그 삶을 진취적으로 가꿔나갔다는 것이다. (정치도 참여했다!) 그래서 그는 상상도 못한 남아공의 환대에도 담담하게 공연을 해냈고 흔들림 없이 일상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눈앞에 주어진 삶을, 그것이 기쁨이든 괴로움이든 기꺼이 덤덤하게 맞이한 삶의 태도가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최근에 읽었던 책이나 양준일의 슈가맨 영상이나 내 생각이 변화해온 일련의 흐름에 정점을 찍는 인물이었달까.... 저렇게 살아야 하는 거였어, 감탄하고 감동했다, 정말로. 

그래서 영화적으로는 별 재미가 없어도 한번쯤 보기를 권한다. 
한 위대한 보통사람의 기적같은 순간의 이야기.
존재감 없이 묻힌 노래가 한 나라의 온국민에게 사랑받은 통 큰 거짓말 같은 아이러니.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양준일이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루어지게 돼있어"라고 했던 그 말이 주제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영화,
<슈가맨을 찾아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