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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중드

사그라든 나의 중드 불씨를 살려낸 화제작 <진혼> (2018년/40부작)

by 와옹 2018. 11. 26.

정말이지... 시작은 이 한장의 사진이었다.

저 야릇한 포즈와 가슴팍에 박힌 만년 동안 널 찾았다는 중2감성 문구에 뿜고 ㅋㅋㅋㅋㅋㅋ

이런 걸 어찌 안 궁금해 하리! 하면서 폭풍 검색...
했으나 본방중이라 어둠의 자료들은 속속 사라지는 신세. 내 진짜 2년 전 중드홀릭 이후 오랜만에 티빙 결제를 하고 말았다. 
(그때는 월 2900원인가 내고 봤는데 지금은 5900원... 헉... 슬프지만 CJ계열 한드랑 예능도 볼 수 있으니까 어디 한번 핸드폰 관람의 신세계를 열어보자 하고 결제함! 문제는 이걸로 한드 예능 안본다는 예견된 참사...)

처음엔 저 포스터 왼쪽의 남자 주일룡(주이룽)에게 꽂혀서 시작했는데
설정에서부터 완전 중국식 병맛 도는 현대 판타지에,
누가 봐도 BL인데 (배우들 연기도 BL이건만 ㅋㅋㅋ) 형제애로 포장하는 가증스러움이[각주:1] 
뭔가.. 바닥까지 비웃으면 도리어 좋아지는 내 취향에 딱 ㅋㅋㅋㅋㅋㅋㅋㅋ 
양조위의 멍뭉이 버전 같이 생긴 주일룡 배우는 초중반엔 '매력 넘치나 연기폭 의문'이던 나를 막판에 홀랑 홀렸다. 

주일룡을 눈빛요정이라 하던데ㅋㅋ 그게 뭐야 하고 보다 보면 어느새 납득됨. 그래요, 누가 뭐래도 이건 로맨스인 거죠![각주:2]
상대역 백우(바이위)는 조금 껄렁껄렁한 매력남을 초반부터 아주 잘, 일관되게 연기한다. 점점 더 집중력이 좋아지는데, 무려 1인 3역을 한 주일룡에 비하면 연기적 임팩트는 밀리는 게 사실. 하지만 끝까지 투톱답게, 충분히 사랑할 만한 형제애할 만한 캐릭터를 보여줘서 만족^-^ 
주일룡의 1인 3역은, 그중 두개는 가면 썼다 벗었다 하는 거라 무난히 봤는데 뒤에 가서 전혀 다른 악역을 연기할 땐 실로 조마조마. 저 얼굴 저 멍뭉이 미소에 폭풍 연기력 기대 안하게 되잖아요...? 실제로 야존이 처음 나올 땐 어색해서 죽을 것 같았는데 가면 쓰고 나올 때 점점 괜찮더니 마지막엔 얼굴 똑같은데도 다르게 느껴짐...! 대박. (주배우, 내 예상보다 뻔뻔했어...흐흐)

뭐 어쨌든, 단지 배우에 홀린 것만으론 이렇게 리뷰는 안 했을 텐데. 
이 드라마, 스토리도 상당히 재미있다. 
작품성은 <화천골> 정도이겠으나, 후반의 마무리가 <화천골>을 훌쩍 뛰어넘는다. 
소설과 드라마가 해피/새드로 엔딩이 각각 다르다던데, 로맨스로서의 절절함이야 소설[각주:3]의 승리겠지만(읽지 않았으나 추측컨대) 스토리적 짜임새는 드라마가 낫지 않을까 싶다[각주:4]. 일단 배우들의 연기가 점수 팍팍 먹어주는데다 후반부의 다소 뻔한 결말이, 끝까지 뻔하지 않다. (근데 맨마지막은 읭? 뭔소리여.. 하긴 했다. 자오윈란 너말여...) 실소가 터져나올 전개가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메인스토리의 힘이 처지지 않아서 좋았다[각주:5]. 새드여도 별로 안 힘들게 하는 것도 좋았고(힘들기 전에 웃음이..), 고구마도 없어 좋다.

드라마는 가상의 별 가상의 (그러나 현대) 도시 '룽청'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X-file 같은 이야기다. 엑스파일을 다루는 '특별조사처'의 활약을 기본 골격으로, 두 주인공의 만년에 걸친(10,000년을 건너뛴?) 사연을 풀어가는 스토리. 처음부터 재밌지만 도무지 소장각은 아니어서, 어디서 많이 본 아류 스토리들은 헛웃음이 나고 + 악당이나 팀원들의 캐릭터가 만화 같이 과장돼서 이게 왜 그 정도로 인기였을까 반신반의... 다행히 악당 본진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대결구도가 펼쳐지는 후반부는 좀더 몰입감이 있다. 그러니까 초반엔 눈빛요정 선교수(주일룡)의 이중생활에 주목하다가 후반 엎치락뒤치락과 뜻밖의 열연에 올라타면 나처럼 2박 2일만에 40편을 다 볼 수 있다는 것. 으하하.

그러나 이 드라마의 악당 끝판왕.... ㅋㅋㅋㅋ 야존 ㅋㅋㅋ 최강의 중2병 악당이라 불러주겠어.
올해 본 최고의 중2병 악당은 <손 the guest>의 박일도 부마자들[각주:6]인 줄 알았더니, 어후 저리 가ㅋㅋㅋ, 야존 님은 진짜 폭풍 연기 보면서도 '저런 중2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동안 중드에서 여동생집착 오빠집착 악당들은 많이 봤어도 형님집착 악당은 또 새롭네 ㅋㅋ
뭐, 이런 유아틱한 악당과 함께 하는 가벼움이 이 드라마의 인기요인이 아닐까 한다. 
<진혼>은 올여름 중국에서 무려 28억뷰를 기록하며 웹기록을 전부 갈아치운 엄청난 화제작이었다고 한다. 왠지 납득이 가는 게... 원작의 인기에 힘입은 기대치와 + 웹으로 보기에 적당히 허술하고 비웃자니 의외로 재밌는 스토리 + 여기에 브로맨스 열연까지 더해지면 뭐, 게임끝이죵?

맛있으면 0칼로리이듯 재밌으면 명작이지만, <진혼>은 명작이 되기엔 너무 뻔뻔한 싼티와 짝퉁미가 한 45%칼로리는 됨직하다. 장점이라면 두 배우의 케미와 기본 설정의 재미, 호흡이 긴데도 모든 에피소드가 하나의 줄거리에 결부되게 짜여진 것 정도? 화면은 예쁘지만 CG는 열악했고, 돈 들인 중드에서 흔히 보이는 엄청난 규모의 엑스트라들은 끝까지 볼 수 없었던..... (전투씬을 전투씬이라 부르기 민망한ㅠㅠ 동네 애들이 붙어도 그것보단 많이 오겠다 흑흑[각주:7]) 전반적인 착잡함이 2/3까지의 감상이었다. 그리고 끝까지 착잡한 드라마로 남을 줄 알았다. 갈수록 주인공은 약해지고 악당은 중2갬성이고, 조연 이하 캐릭터 활용은 지루하도록 전형적이니... 근데 예상을 뒤집고 뒷심을 발휘해서 쫌 놀랐다. 게다가 막판에 극적인(이라고 쓰고 과한) 연기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배우의 열연이 예뻐보이면서 임팩트 있게 찍는 게 연출이 좋다고 할지 촬영의 공이라고 할지, 하여간 화면발이나 색감 구도도 괜찮았다. 

내게 <진혼>은 미묘하게 걸작이다. 
발상과 연기, 연출은 예상을 웃돌아 좋은데 연결고리는 대충대충, 베끼고 짬뽕하고 건너뛰어서
취향껏 걸작이라 부르기엔 좀 45%칼로리 정도 켕기는 그런 거. (이 싼티가 전부 각색에서 온 거였음 ㅋㅋㅋ)
그런데 그 싼티나 대충대충이 만화의 정서를 닮아서, 만화의 정교한 실사판을 보는 듯한 그런 재미가 있다. 
(이런 거 은근 좋아함....^^)
(실제로 일본 애니를 보는 듯한 연출[각주:8]이 전반적으로 느껴짐. 이건 <손더게스트>를 보면서도 느낀 건데[각주:9], 정서가 닮았다고 표현하는 게 제일 맞을 거 같다.)
사실 나는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중드의 자유로운 스토리 전개가 조금 부럽다. 말도 안 되는 게 참 많이도 나오고 지나간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배경이라야 방송이 가능한 중국식 규제 탓도 있겠지만...) 설마 현대물에서 그런 걸 보게 될 줄은 몰랐기에, 이 괴상한 현대물 판타지가 보는 내내 즐거웠다. 미남들이 열일하는데 뭔들 안 즐겁겠냐마는...
현대물이라기엔 절반은 선협물 느낌이 나서 후반부는 거의 <화천골> 느낌 ㅎㅎ
트집 잡자면 잡을 게 많지만, 얼굴과 케미와 스토리가 골고루 빈 곳을 채워주는 드라마. (사실 케미가 200%)
초반 진입장벽도 중간 삼천포도 없는 
<진혼> 강추함다!  
약간 B급 감성 장착하고 보시면 잼나욧~.

마지막은 아무리 봐도 내 눈엔 양조위를 닮은 주일룡 금손짤로.... (봉봉오쇼콜라님 짤. 문제시 삭제) 

극중 선웨이, 선교수님. (션웨이로 들리지만.. 자막이 맞겠지)
이거 봐요, 닮았죠? 양조위 얼굴은 연기 잘 하는 얼굴인가 봄.
작은 줄 알았더니 키가 180.... (비율은 170 느낌이었는데) 요즘 중국 배우들 다 크네. 

사그라든 중드 불씨를 화르륵 되살려 놓은 드라마 <진혼>과 주일룡!
그러나 힘 딸려서 전작주의는 꿈도 안 꾸고, 보게 되면 보는 걸로~ 앞으로 눈여겨 보겠어요 주배우.
(이러고 나는 기어코 뭔가를 보고 있겠지...)


*지저분한 각주에 사과드리며 총총.


  1. 원작의 수위가 높아서 배우들이 출연을 망설였다고 한다. 그러나 검열 때문에 수정된 드라마는 형제애라고 말만 하면서 괜히 손 잡는 씬 클로즈업하고 눈빛으로 연애하는 뼈에 사무친 BL임! ㅋㅋㅋ [본문으로]
  2. 실제로 '어쩌면 형제애일지도.'라는 마음의 소리가 나올 때 뿜었다. 내 귀에는 '사랑일지도'로 자동번역되는 그런 상황 그런 대사가 꽤 있음. 이것이 스킨십 하나 없는 형제애로 BL을 주장하는 방법인가...! 탁월한 선택. [본문으로]
  3. 소설에서는 자오윈란이 곤륜의 환생이고, 사건들은 고스트바스터즈 그러니까 퇴마물에 가깝다. 드라마에서는 그걸 웜홀과 과학적으로 풀이 가능한 사건으로 대체했으나, 과학적 근거는 알아서 거르면 되겠다. 이론상 가능하다카더라 정도. 생명공학자는 만능과학자였을 뿐이고... [본문으로]
  4. 아니란다. 드라마가 한수 위인 건 오직 배우라고. ㅋㅋ 달라진 엔딩은 원작팬들의 분노를 샀다고 하고, 소설의 세계관은 중국신화와 사후세계에 바탕해서 훨씬 스케일 크고 짜임새 있다는 평. 원작에 기반해 편집한 영상이 유툽에 있는데 이걸 보면 비장한 대서사시를 B급 SF물로 바꿔놨구나를 느낌...ㅋㅋㅋ 근데 난 B급이라서 더 좋았는지도~ㅎㅎ [본문으로]
  5. 결말부는 안 처져도 뒤에 후일담은 처진다. 그럴 시간에 떡밥 회수나 좀 하지... 선웨이-자오윈란-야존의 존재에 관해 정확한 세계관을 알 수 없는 채로 끝남. [본문으로]
  6.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다 죽을 거야아아~ [본문으로]
  7. 제작사인지 투자사인지가 중간에 파산했다고 함...ㅠㅠ 그래도 OST에는 돈을 들였다고. 그래서인지 노래 좋다. [본문으로]
  8. 주요공간이 나올 때마다 재활용되는 컷들의 구도나 연출이 상당히 만화 같다. 액션의 속도감이나 구도도 그렇고.. 그런 느낌 많이 듦. [본문으로]
  9. 손더게스트에선 <쓰르라미 울적에> 류의 호러애니 느낌이 물씬! 워낙 완성도가 좋아서 아닌 척할 뿐, 이것도 만화 같았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