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 141분
일본, 드라마 스릴러
원작 요시다 슈이치 作 <분노>
각색,감독 이상일
출연 와타나베 켄, 미야자키 아오이, 마츠야마 켄이치, 츠마부키 사토시, 아야노 고, 히로세 스즈, 모리야마 미라이 외
한마디로... : 살인사건 용의자와 꼭 닮은 세 남자를 의심하는 각각의 사람들 이야기
홍차양이 한번 봐 보라고 의미심장하게 추천했던 영화.
가까운 사람을 의심하게 된다는 소재가 처음부터 솔깃했는데 상영관을 찾지 못하고 넘긴 뒤론 한참동안 볼 마음이 나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 한편으로 원작소설가인 요시다 슈이치와 이상일 감독, 그리고 여러 배우 중 츠마부키 사토시에게 믿음직한 호감을 갖게 되었다. 믿음직하다니, 영화에서 줄기차게 의심하고 갈망하던 그 어려운 단어를 이리 쉽게 쓰고 있다 나도.
의심을 파고드는 영화는 종종 있었지만 믿음과 분노를 연결짓는 이야기는 좀처럼 못 본 것 같다. 생각해보면 배신만큼 강력한 살인의 동기도 없고, 믿음과 살인을 연결짓는 시도는 흔한 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믿음과 불신, 그리고 그 결과로 따르는 분노를 이야기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에선 선뜻 손 내미는 호의가(상대도 나와 같은 사람일 거라는 믿음이) 사람을 구원하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며, 소중한 관계를 한 순간에 허물기도 한다. 사랑해서 갖는 걱정과 질투가 의심을 낳고, 한번 싹튼 의심은 온전히 사랑만 하게끔 놔두질 않는다. 그리고 그 불안의 끝에서 내린 선택이 옳았는지 그른지에 따라 분노는 남을 향하기도, 나를 향하기도 한다.
오히려 살인범이 처음부터 화두로 내건 분노라는 감정은 주체 못할 짜증에 가깝다. 누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혼자 화를 내는 것... 그에 반해 대다수 인물들은 분노할 대상은 뚜렷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치를 떤다. 하지만 그 무력감이 쌓이고 쌓여 더 이상 소중한 것이 하나도 남지 않았을 때는 타인을 향해 무차별적 분노를 표출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영화의 메시지는 깊고도 깊다.
사실 보고 나서 한마디로 감상이 요약되지 않는 영환데 이러쿵저러쿵 해보았다.
오랜만에 강추하는 일본 영화.
원작소설도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