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억해>는 시청률에 비해 뒤늦은 호평이 있던 드라마였다. (최고시청률 5.3%)
아마 박보검 때문에 이 드라마를 다시 보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나도 간단히 감상을 남긴다.
아무리 봐도 난 이 포스터가 에러다. 장나라는 절대 요염하거나 끼 부리는 캐릭터가 아니고 포스터에서 풍기는 야리꾸리한 로코 느낌은 절대 기대하면 안됨. ※이건 어디까지나 수사물. 사이코패스가 나오는 휴먼드라마임. 읭?
총평을 하자면, 우선 이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인 줄 몰랐고
엔딩이 매우 아쉽다.
박보검은 어설픈 듯하면서 연기를 너무 잘해서 놀랐으며 (뭐야 얘 무서워... ;ㅁ;)
서인국이나 장나라 이천희 최원영 등등도 다 제몫을 잘해내 각각의 감정에 푹 빠져들 수 있던 작품이었다.
누가 이걸 보고 일드 <보더>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더니, 이 드라마도 선악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무척 촘촘하게 펼친다.
사이코패스 살인마 이준영이 누굴까? 남주의 잃어버린 동생 민이는 누굴까?에 대한 미스터리는 강하지 않다. 대충 보면 배우 얼굴로도 견적이 나와 그쪽 긴장감은 루즈한 편. 다만 예측되는 범인과 동생이 어떻게 연결될까 어떤 짓을 할까 파국이 뻔한 이들 관계는 어떻게 끝날까에 대한 궁금증과 "대체 왜?"라는 그들의 행동 동기가 극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동기'가 드러나면서 선명해지는 사건의 전말이 대단히 슬프고도 치밀하다.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는 인물간의 관계나 심리변화가 압권. 그걸 가능케 하는 후반부 배우들의 몰입도 쩌는 열연도 볼거리다.
이런 종류의 치밀함은 흔히 전반부를 지루하거나 작위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예를 들어 사이코패스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극단적 훈육방법이나 무작정 들이대고 보는 여형사 캐릭터 등등- 그 모두가 후반부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로 귀결된다. 그렇다고 전반부가 재미없고 작위적이란 건 아니다. 다만 약간의 과한 느낌과 본론이 빨리 안 나온다는 답답함이 내겐 있었다. 극 자체는 재미도 있고 사건도 속도감 있게 유기적으로 전개되고 가끔은 영드 <셜록> 같은 이해불가의 암호풀이도 나와 장르적 재미도 쫀쫀하다. 오히려 감정에 몰입하고 정체가 속속 밝혀지는 후반부가 사건의 전문성은 더 떨어지지만, 역시 이야기는 본론이 나와야 재미있네ㅎㅎㅎ.
각각의 캐릭터는 모두 잘 이해되지만 (무려 사이코패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남녀주인공을 빼고는 충분히 설명되지 못했다는 느낌도 살짝. 하지만 아쉽다 할 정도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와 연기의 완성도가 참 좋다. 1
다만 엔딩은 너무 욕심이 과했다. 열린 결말도 정도껏이지...ㅠㅠ 성급한 마무리에 그동안 잘 쌓여왔던 감정들이 우수수 흩어지는 기분이다... 엔딩은 그냥 깔끔하게 갔으면 좋지 않았을까...? 일드 <보더>같은 식의.. 명쾌한 열린 결말도 가능했을 텐데. 선악과 단죄라는 어려운 화두를 작가가 잘 이끌고 가다가 마지막 순간 공을 시청자에게 넘긴 격이라, 이것은 배신이라능. 너무너무 아쉽다.
하지만 장르물 귀한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볼만한 수작. 살인사건이 동반하는 철학적 화두들도 재미있게 던져주는 드라마 잘 보았습니다. 추천!
그나저나 박보검은.... 이런 멍뭉이 상이라니 ㅋㅋㅋ 귀여워
이런 디테일도 멋지게 만들었고 대본 연출 미술 모두 세심히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완성도로만 따지면 30프로는 될 껀데 참 기묘한 시청률의 세계. (라면서 나도 안 봤다 본방 ㅋㅋ)
- 세상에는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지고 살아가는 보통사람도 얼마든지 있다는 거 같다. 그런 사람들 중에 특정한 환경과 촉발계기를 만난 몇몇이 살인자가 된다고 가정했을 때, 대단히 인간적인 감정에 얽매이는 이 드라마 속의 사이코패스들도 충분히 있을 법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다른 사고체계의 인간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려낸 한계는 있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가 나와서 재미있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