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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한드

<힐러 (2014 / 20부작)> - 슈퍼맨 + 그것이알고싶다

by 와옹 2016. 8. 22.

최근에 다 본 드라마 <힐러>의 감상 간단히.

초반부는 정말 비추다. 다시 보니 용서되는 부분도 있지만, 대체로 너무 과해서 개폼은 똥폼 되고 개성 강한 캐릭터는 억지 비호감이 되었다. 이 부분 괜찮았던 사람은 본방사수했을 사람들. 따라서 내 감상은 이 초반부를 극복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걸까나~
초반부 각종 밑밥을 깔고 과거를 다루는 솜씨는 그리 좋다 할 수 없었다. 특히 1,2회의 부조화스런 톤과 인물소개, 과거와 현재의 판 깔기는 자꾸 시청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은 본격적인 얘기가 시작되면서 전부 상쇄되고도 남는단 사실. 

일단 힐러 역의 지창욱은 진짜 좀 쩐다.
너무 오글거리는데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액션이나 비주얼이나 (캐릭터도) 다 멋있다. 이걸로 지창욱앓이한 사람 여럿 봤는데 나는 저 오글거리는 걸 별일 아닌 듯 해치우는 데 감탄했다 ㅋㅋ 이 배우는 귀여운 (소위 말하는 잔망스러운 ㅋ) 깨알연기가 자칫 과할 수 있는 감정 연기를 더 돋보이게 해주더라. 감정선을 쥐락펴락하는 스타일이라 보면서 막 가슴이 찢어지진 않지만 이런 팔색조 매력도 무척 좋다능. 그리고 내가 볼 땐 박민영도 그런 계열의 연기를 하기 때문에 둘의 조합도 꽤 좋았다. (미안하지만 박민영은 그래서 연기가 과하거나 늘 똑같은 느낌도 준다-_- 미안, 여자에게 후하진 않다네.) 지창욱의 이런 연기는 전작 <기황후>에서 몰입도 쩌는 하지원과 케미를 폭발하며 남주 잡아먹은 서브남이란 칭호를...ㅋㅋ 뭐, 주진모도 좋았으나 포커스가 그리 갈 수밖에 없었던 스토리이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유지태가 나온다.
유지태는 선인지 악인지 모를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사실 연기력이 그리 대단하진 않은데도 존재감이 쩐다. (얼굴로 먹고 간달 수도 있지만 ㅋ) 이게 가능한 건 그가 작품의 분위기를 잘 알고 따라가기 때문이겠지. 폭넓은 연기는 아니어도 젠틀한 분위기로 압도하는 보기 드문 배우. 내겐 약간 가수 존박이랑 동류의 느낌이다. (유지태는 니냐니뇨 같은 건 안 하지만)

어쨌든 유지태도 그에게 딱 맞는 옷을 입고 호연했다. 되게 애매모호한데 좋은 거. 더구나 지창욱보다 큰 덩치는 오우~ 남자는 등빨이라지요. 가 아니고 여기서의 캐릭터나 연기가 다 잘 어울렸다. 그가 연기했기 때문에 김문호 기자가 정의의 사도나 비겁한 인텔리가 아닌 '사람'으로 보였거든요. 

그리고 <힐러>를 10분만 봤어도 제일 인상 깊었을 비주얼, 김미경 아줌마. 이분 비주얼이 너무 과해서 싫었는데 볼수록 잘 어울리긴 한다 ㅎㅎ. 워낙에 잘하는 배우니까 더 말할 것 없다. 매력적이었음. 박상원도 애매모호한 악당 역에 잘 어울렸고 박상면이나 수많은 조연들 모두 누구 하나 빠지지 않았다. 잘 쓰는 작가들이 늘 그렇듯, 소홀한 인물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가끔 작위적일 때도 있지만 워낙에 판을 잘 짜서 (디테일도 좋고) 상쇄된다. 메시지도 건강한 편이고.. 사회적인 드라마를 잘 쓸 수밖에 없는 작가니까, 그냥 이런 류의 드라마나 더 써주면 좋겠다.

줄거리는 22년 전 부모님들의 사건이 있고, 배신자와 '어르신' 세력, 그 진상을 밝히려는 삼촌 세대와 자녀 세대의 이야기다. 신문사를 메인으로 주인공들은 대개 기자 신분인데, 사실 그들이 전하는 기획기사들은 '뉴스'보다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 가깝다. 그래서 비리를 방송으로 폭로하는 부분이 그알을 보는 듯 짜릿하다. 
그러나 권력의 하층부가 상층부를 이겨먹을 수 없는 현실에 작가는 '힐러'라는 영웅을 하나 끼워넣었고,
슈퍼맨처럼 얼빵하게 신문사 생활을 하는 힐러는 초인적인 액션(+해킹)으로 활약한다. 
히어로물답게 중간에 사직(?)하려고 맘먹지만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는 소명을 깨닫고 어쩌고 저쩌고... 뭐 그렇게 된다. 부모세대의 억울함을 자식이 푸는 복수 겸 진실게임 겸 러브스토리. 
러브스토리는 좋은데 좋지만은 않다. 눈 가리고 키스 이런 건 좀 뭐랄까... 로맨틱과 변태 사이. -_-;;;; (왤까, 스파이더맨에선 좋았는데...) 너무 좋아~~~를 외치기엔 좀 덜그럭거리는 지점들이 로맨스에서 있었다. 난 그랬네. 

인내심을 가져야할 부분이 조금 있지만, 중반부터는 재미있게 질주할 수 있는 드라마.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