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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중드

중드 - 랑야방 (2015, 54부작)

by 와옹 2016. 2. 6.


54부작이긴 해도 오프닝 엔딩 예고편 지난줄거리 다 떼고 나면 회당 40분 남짓.
일일사극이라는 놀라운 방영스케쥴...은 사전제작이라 가능한 거겠지?
무려 중국웹에서 30억뷰를 했다는 2015년의 대표작! (이라고 함..)

원작소설 작가가 해연(하이옌)인데 각본도 해연. 그래선지 소설같은 구성이 솜씨가 좋다 할 순 없지만 그래서 신선하기도 했고 보기에 편안했다. 무엇보다 장면과 대사가 훌륭해서 구성의 기교 따윈 필요없단 기분. 함축적인 뮤직비디오 같은 엔딩은 가장 소설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인데, 풀어냈으면 했던 이야기가 기대 만큼 충족되진 않았지만 찬찬히 보면 감성적이고도 시적인, 여운 깊은 엔딩이다. 

이야기는 중드에서 제일 흔한 -빠지면 안되는- 복수극인데 그 복수의 방식이나 대상이 좀 색다르다. 단 한명 혹은 한 집단을 쳐부수는 복수가 아니라 이놈 저놈 나눠 가진 악행을 응징하다보니 요즘 시대와도 오버랩이 많이 되는 한편, 복수의 주체가 뚜렷하지 않아 통쾌함에 한계를 갖는다. 그래서 이 복수의 목표는 진상을 밝혀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되고, (사실 이 부분이 내가 생각해온 이야기와 닮아서 바쁜 와중에도 보게 되었다는... 변명. 그래요, 9할은 마감 도피병이고흑흑) 그 수단으로 올바른 성정을 지닌 절친을 후계자로 만들어 이상적인 정치판을 꾸리려 한다. 그리하여 드라마는 복수극의 탈을 쓴 왕위 쟁탈기(정권 바로세우기)이자, 충신의 출사표로도 읽힌다. 

랑야방이라는 것은 랑야각이라는 사설정보기관에서 매년 내놓는 일종의 미슐랭 가이드 같은 것인데, 무예와 인물, 미모로 나눈 랭킹북이란다. 주인공은 그중에서도 으뜸인, 강호 제일 강좌맹 종주이자 천하를 안겨준다는 기린재자 매장소 & 소철선생 사실은 임수 되시겠다. 독중의 독 화한독까지 걸리신 2년 시한부 몽테크리스토 백작. ㅋㅋ

주인공이 병약한 책사라는 게 상당히 흥미롭다. 과거엔 뛰어난 무장이었고 무공도 잘하던 이가 가공할(진짜 가공할 중국식 뻥으로ㅋㅋ) 독 때문에 외모가 바뀌고(환골탈태?!) 체질도 병약해져 권모술수를 무기로 쓴다는 설정. ㅋㅋㅋ 멋졍~ 골골한 제갈량 혹은 비실비실 홈즈 같은 느낌도 난다. 이런 그가 대쪽같이 똑똑 부러지는 절친(정왕,소경염)의 책사가 되어서 원망을 사고(이 부분에서 히지카타! 부르짖고~~), 그 절친님은 남들 다 알아챌 때도 꿋꿋하게 주인공의 변명에 속는 사슴눈망울ㅋㅋ 그러면서 죽은 친구를 그리워하며 저희끼리의 삼각관계를 형성하질 않나 ㅋㅋㅋ. 절절한 여주와의 러브스토리를 초반에 해치우고 이 둘의 밀당을 끝까지 이어간 덕에 브로맨스라는 므흣한 누명을 쓰는데, 글쎄요, 브로맨스라기엔 너무나 우정이긴 합니다만, 얘네 보는 맛이 젤 좋다는 거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최고의 에피는 둘 사이에 의견대립이 벌어져서 등을 돌릴 뻔한 33회 언저리! 거기 서 소경염!이섀꺄 할 때 나 심쿵. ㅋㅋㅋ 이렇게 맥아리 없고 비실대는 주인공인데도 가끔 엄청 힘있는 대사를 쳐서 주인공 인증을 하신다. 정말로 난 가끔 저렇게 소리칠 뱃심이 있다니...라는 쓸데없는 걱정에 사로잡히기도 했지만 ㅋㅋㅋ.

주인공이 쫌 못생겼는데[각주:1] (미안요... 내눈이 삐어서 그래염) 그래서 초반 비주얼은 예왕에게 의지... 아니 예왕도 조연 얼굴이긴 한데, 달리 눈 둘 데가 없어서 ㅠㅠ 예왕 살짝 곱상한 박성웅이나 포동포동한 엄태웅 혹은 둥그런 남궁민 같아서(결국 누구도 닮지 않았다는...;;;;) 옷도 제일 좋은 거 입고 나오고 ㅋㅋ. 사실 제일 잘생긴 얼굴은 뽀통령몽통령 아니야? 이목구비 젤 뚜렷한 파키스탄인 같은 외모 ㅋㅋㅋ. 잘생겼다고요, 난 그렇게 생각했어! (이분 죄다 똑똑한 와중에 유일하게 눈치 없어서 넘 좋아~) 뭐 결국엔 눌린 금성무 같은 주인공과 사슴눈망울 정왕에게 눈을 두게 만들더이다... 둘 다 격한 감정 머금는 연기가 인상적인데, 주연 조연 할 것 없이 출연진들 연기력이 다 탄탄해서 볼만하다.

여자 캐릭들은 크게 황실 아줌마들과 근로자 계열로 나뉘는데, 여주인공이 장군이란 게 또 좀 신선. 덕분에 비주얼이 종종 아쉽지만, 눈물 연기 너무 잘하고 노래도 기가 막히다. OST 중에 오프닝을 정왕(왕개扮)이 엔딩을 주인공(호가扮)이 그리고 어딘가의 삽입곡(사랑의 테마곡...?)을 여주(류도扮)가 불렀는데 이 인간들 가순 줄 알았네!!! 다들 넘 잘 부르고... 사기 캐릭터들... 중화권은 얼굴 노래 연기가 기본 셋트인가. 그 중에서 내가 젤 좋아하는 엔딩곡 잠시 보여드립니다...



앗! 시작부터 야구모자 어택 죄송 ㅋㅋㅋ 나도 깜짝 놀람..... 판타지를 깨지 마요~!

이 노래 사비 부분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넘버랑 비슷해서 좋다~^^ 그 3단인가 4단 음 올리는...
여하튼 저 영상에서도 느껴지듯 드라마가 영상미도 고급스럽고
주제 의식이랄까 세계관이랄까, 메시지가 편협하지 않아서 좋고.
발암 캐릭터가 하나도 안 나오고 억지 전개도 없어서, 긴장감이나 몰아치는 맛은 조금 부족해도(몰아서 쭉 볼 때 초중반이 그러함) 스트레스가 없는 게 편안하기도 하다. 악역들도 나쁜 짓들을 해대지만 미워할 수 없는 진정성들이 있어서.. 서로 다른 신념의 충돌, 수단방법의 문제가 있을 뿐, 그들 각자는 악인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이런게 멋지쟈나... 훌륭하쟈나... ㅠㅠ 

중드는 소싯적에 -양조위 유덕화 주윤발 정소추 시절- 열광한 게 거의 전부지만, (이후에 띠아오만 공주나 황제의 딸을 보긴 했어도) 일천한 내 중드 역사에서 <랑야방>은 세 손가락에 들 작품! <조씨고아>도 좋다는데 (이건 국내에서 한 연극도 훌륭했다 하고!) 당분간 중드를 야금야금 볼 것 같다. 중국 사극의 고급진 대사가 참 좋쿠나~♡


  1. *소싯적엔 비주얼 쇼크라 할 정도의 아이돌 외모였단다. 호가(후거) 라는 이름을 나도 들어봤을 정도니까. 근데... 난 별로 모르겠..ㅋㅋㅋ 금성무도 잘생긴 줄 모르겠는 눈이니 화내기 없기. 연기만 잘하면 됐지~ 근데 이 분 발음도 되게 좋아서 성우 안 쓰고 본인이 더빙한다고 한다. 어쩐지 드라마 보면서 내 귀에도 발음이 착착 감겨서 중국어가 원래 이렇게 듣기 좋은가...했다. 그런데 매장소 역이 연기변신이었다는 놀라운 이야기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