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 115분
영국, 시대극 추리
감독 더글라스 맥키넌 (닥터후 시리즈 감독)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셜록 홈즈), 마틴 프리먼(존 왓슨), 아만다 애빙턴, 루퍼트 그레이브즈, 우나 스텁스 등등
한마디로... : 덕후가 덕후들에게 보내는 선물, 제작진의 덕후 간증...ㅋㅋ
올해 첫 극장 나들이가 영화로 분류할 수 없는 작품이라는 게 얄궂구만 ㅋㅋㅋ
개봉 당일에 벌써 댓글이 수두룩 달리고 극과 극의 반응에 영드 <셜록> 다 본 사람만 보라는 트윗이 넘쳐나는 이 작품!
내가 다 보고 친구에게 제일 처음 한 말은 "드라마 단관한 거 같애" 였고,
두번째로 한 말은 "흥행은 안 되겠지?" 였다.
홍차양은 "그래도 팬들이 보지 않겠어요?"라고 예측했지만,
이걸 달리 말하면 "팬이 아니면 대체 뭘 보라는 거냐?" 싶은 작품 되시겠다.
BBC에선 어제 방송했다는 거 같은 이 셜록 번외편은 무엇을 기대하고 보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갈릴 작품으로, 영화에 방점을 찍으면 폭망이지만 팬서비스에 방점을 두면 더없이 훌륭한 깜짝선물이다.
깜짝선물 부분을 조금이라도 언급하면 깜짝이 아니므로(그것이 어쩌면 이 번외편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고) 내용 언급은 최소한으로 하겠다. 그러나 이 글에 힌트는 다 깔려있다는 사실... 추리해 보셈ㅋㅋ 아우 진짜 저 덕후들! 이라고 마음속으로 외쳐버렸다. 제작진 말이야ㅋㅋㅋ
(어떤 의미로는 내가 이 작품에 가졌던 궁금증이 나름의 답을 구한 것 같아 즐겁다. 예상을 깨주어서 ㅋㅋ
2015/12/30 - [얄팍해요~문화생활] - 셜록 유령신부를 기다리며 >.< )
<셜록> 1,2,3 시즌을 열심히 보았고 시즌 4를 기다리는 사람들, 더하여 셜록홈즈 원작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많다면 대사 하나하나가 깨알 재미일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 말은 곧 사전지식 없는 일반 대중에겐 산만하고 쓸데없고 극적 재미도 없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아는 만큼 재미있다 라니, 이 얼마나 오만하냐고!(셜록스럽군) 더구나 이건 철저히 선물의 차원이지 영화를 지향한 게 아니라서, 이야기의 완결성이나 분명한 극적 구조, 스케일이나 볼거리가 상당히 빈약하다. 물론, 홍차양 같이 영화를 보며 찻잔 하나까지 눈에 들어오는 미적 감각을 지닌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멋진 의상과 미술을 보여주지만! 나는 그쪽에선 일반 대중이니까... 대중의 눈에 볼거리가 될 정도는 아닌 거 같다.
(흔히 영드 <셜록>이 극장에 걸어도 될 수준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진짜로 극장에 걸면서 영화로 포장한 그 농간은 혼 좀 나야겠어 정말!)
드라마의 팬이라고 해도 사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게, 미스터리의 기괴함에 비해 추리가 별로 치밀하지 못하다.
빅토리아 시대로 돌아가서 그때의 수준에 맞춘 탓이라고 이해하려 해도 이건 좀 맥빠져. 게다가 구성의 산만함은 시즌3에 버금가고, 딱히 액션도 없고 심지어 홈즈가 휘둘리는 인상도 주는데다 명쾌하게 해결된 느낌조차 안 든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의 재미는 추리나 기존의 매력적인 <셜록> 속 캐릭터들에 있지 않고, 오로지 팬서비스에 있다. 드라마가 오리지널 시대로 갔다는 것과, 익숙한 인물들의 관계성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보는 재미, 원작소설의 여러 요소들을 구현하고 변형하는 깨알 재미, 그리고 시즌4에 대한 기대감 부여라는... 넓은 의미의 팬서비스인 것이다.
어쩌면 그것도 내가 갑자기 셜록에 꽂혀서 짧은 시간에 영드를 재탕 삼탕하고 크로니클이라는 제작비화 가이드북도 읽고 주석달린 셜록홈즈도 일부 읽었기에 느낄 수 있었던 팬서비스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 작품을 한편의 완결된 영화인 줄 알고 보러 가는 사람들은 극구 말려야 한다! 팬이든 아니든 영화를 기대하면 안 된다. 그냥 덕후들의 놀이터에 놀러가는 감각으로 보길 바란다. 나는 오히려 상업적인 목적성이 뚜렷한 영화들 틈에서 이런 걸 보니 신선했다.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잊고 있던 다양성이라는 감각을 일깨운 느낌. (그렇다고 수입업자가 면죄부를 받는 건 아니야! 우릴 호갱으로 만들었으니.)
영화적으로는 아니지만, 다른 의미로 만족스러운 작품. 즐거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