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렇게 방 좀 정리하라고,
책도 다 치우고 잡동사니들 딱 필요한 것만 놔두라고 끌탕을 하셨어도 나는 꿋꿋했더랬다.
왜? 아직 필요성을 못 느끼니까!
아무리 산만해도 필요에 의해 어지르는 것이다 보니, 스스로 안되겠다! 할 때까진 나름 최적화된 상태다.
그런데 오늘 이모네 이사한 집을 가보고는 정리할래 모드로 돌아섰다.
비록 많은 것이 필요없는 70대 할머니시라곤 해도, 짐이 너무나도 간결했다. 그렇다고 소박하냐 하면 우리 이모는 하나라도 좋은 걸 사는 주의라 고급진 레벨에서의 소박함이다. 그런 '둘러보는 집' 같은 쾌적한 집을 보고 오니 내 방 내 짐들이 심히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어쩔 수 없는 게, 대부분 책과 문구류로 가득한데 이것들이 정리하기 어려운 품목에 속하거든.
아니나 다를까, 책을 몇권 빼놓는 데도 몇십분이 훌쩍 지나갔고 그나마도 읽고 치워야할 것이 태반이다. 서류·자료·문구류 중에 추억의 다이어리 같은 건 들여다 보면 또 못버려.ㅜㅜ 겨우 새발의 피만큼 골라냈는데도 작은 박스 하나가 채워졌다. 아하..하...
오늘은 필요성을 자각한 데 의의를 두고, 차근차근 버려야겠다.
내 주변 제일의 다독가 프렌쉽 언니는 500권만 남기고 다 처분한다고 했는데 장서꿈나무인 나도 그쪽으로 노선을 바꿔야할까보다. 자료성으로 모으는 책도 있다보니 결국 1차적으로 버리는 건 에세이와 오락소설 류... 내 새발의 피들.
공간도둑 중에 디뷔디와 비디오테잎도 한번 걸러내야 한다. 요샌 이런 영상들을 컴퓨터파일이나 IPTV 등으로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이거야말로 소장용만 놔둘 품목.
그리고... 아주 오래 전에 빌린 책들이 몇권 있다. 만나면 돌려줘야지 했던 책들... 그것도 이젠 처분해야겠다. 만나지 못할 사람들의 책은.
문구류는 다 못 쓸 것 같은 새것들은 나눠주고 오래된 잡동사니는 버리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