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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열차

우리동네의 여름

by 와옹 2007. 8. 18.
내 기억 속의 시골은 강원도 구마리라는 곳으로, 친구네 농가였다.
왜, 가로등이 몇십미터 마다 한개씩 있어서 발밑이 안보이는 그런 시골... 새벽 4시면 밖이 훤해지는... 그러나 주유소 찻길이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불가사의한 시골...-_- 시골이라 할 수 있었을까?
하여간 그곳이 내가 기억하는 가장 생생한 시골이다.

우리동네는 시골도 아니면서 벌레 우는 소리가 일품이다.
두 종류 이상의 벌레들이 찌르르르... 우지지는 오늘같은 밤이면 꼭 시골에 온 느낌이다.
낮에 우는 매미 소리도 우렁차면서 청량하고. (짜증나게 시끄럽지 않은 걸 보면 우수한 합창단이다)
어제는 베란다 방충망에 잠자리가 붙어있어서 헉 하고 놀랐다.
여긴 13층인데... 가을하늘 높이 나는 잠자리..인가? (하긴 매미도 붙은 적 있다)
오늘은 4차선 찻길 한가운데에 매미가 곱게 엎드려 있어서 흠칫.
나무는 저만큼 멀리 있는데...
불가사의한 녀석들...

그러나 곤충보다 더 놀라운 건 아파트 단지와 부근에 포진한 낯선 나무와 꽃들.
과연 계획을 가지고 심은걸까 의심스러운... 시험 삼아 이것저것 심어놓은 것 같은 식물들.
얼마 전에는 외국 핏줄이 아닐까 싶은 무척 생소한 꽃나무 앞에서 멍하니 서있기도 했다. '미국에서 본 거랑 비슷해...' 하면서.
지하철 타러 가는 길에 나무 이름이 궁금했던 게 몇 번이며 사진기 들고나올걸, 한 건 또 몇번인가. (그러나 안 들고 나오는 일관성)

가끔 우리동네에서 구마리를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