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사실은 도착하지 않았어야 할 물건을 받아버렸다.
밤 10시에 들이닥친 택배아저씨의 급한 기세에 '뭐예요?'라는 말밖에 묻지 못했고, 'CD예요'라는 말에 기다리던 음악CD가 왔구나 생각하고 받았다. 그런데 CD치고 상자가 크네...하며 10여초를 들여다본 후에야, CJ쇼핑이라는 조그마한 로고를 발견했다. 이런!
배송단계에서 취소한 아이팟비디오(5.5세대 30G)였다.
이 경우 어찌되는지 문의해봐서 잘 안다...
전화해서 반품기사가 오기를 기다리거나, 그냥 내가 갖고 카드결제를 다시 하는 방법. 어느쪽이든 번거롭게 된 상황.
잠시 고민이 되면서...
인터넷검색을 시작했다. -_-;
아이팟은 유저들만 극찬을 하는 기기인지라, 또 그 유저들 사이에서도 '동영상 기기로서의' 비디오팟은 비추하는지라.. 문득, 도대체 어떤 제품인지 궁금해져서 설명서를 다운로드받았다.
제품에 포함된 설명서는 너무 간단하다고 원성이 자자하므로, 이 수십장짜리 pdf문서를 인내를 갖고 읽어내려갔다.
정말 오랜만에 열심히 설명서를 읽었다. 3-4년 전에 디카를 처음 얻고 매뉴얼(pdf) 탐독한 이래 처음인 것 같다.
그리고 매뉴얼을 읽으면서, 이놈의 매력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동영상 기능은 서비스'라고 한 것을 인용하며 "아이팟비디오는 MP4가 아닌 MP3"라고 흐뭇하게(?) 외치는 유저들이 이해가 안갔는데, 그게 그럴 법해 보이니.
우리나라 MP3가 (상다리 휘어지게 차린) 화려한 밥상이라면,
아이팟은 요리의 레시피같다. 몇가지 요리를 내 입맛에 맞게 요리하도록 돕는 레시피.
버거울 정도로 강력한 엔터테이너인 국산 MP3에 비해 아이팟은 아날로그 느낌마저 든다.
설명서를 탐독하지 않으면 간단한 설정도 모르고 넘어가기 쉽겠고,
지나치게 친절하거나(한꺼번에 파일 옮기는 기능 같은 것) 지나치게 번거로운(수동으로 태그정리하고 파일 전송하는 것) 선택사항이나,
악세사리를 별도구매하지 않으면 매뉴얼의 1/5 정도는 쓰지 못할 듯한 아름다운 확장성..
뭐든지 하나하나 일일이 설정해줘야 하는 아날로그. (클릭휠은 전화기 다이얼같고ㅋㅋ)
기스날까 충격에 망가질까 배터리 끝장날까, 신주단지 모시듯 애지중지해야 하는 얄궂은 본체에
재생파일 형식은 제한되고 파일은 전용온라입샵에서 구매해야(우리나라는 서비스 안됨) 제일 편하도록 만든 시스템도 얄미울 지경이다.
하지만 그게 또 매력이겠구나...
나같은 막귀는 도통 모르겠는 SRS니 뭐니 하는 음장효과는 약해도.. 자동으로 음량을 균일하게 재생한다던가 나만의 재생목록을 만들거나 들으면서 별점을 매길 수 있는 등등이, 순수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배려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 외의 잡기능(TV OUT이나 녹음, 외부출력, 카메라사진 전송 등)은 별매악세사리로 가능케 하는 쿨함까지! (젠장, 이건 너무 쿨해!)
이거, 은근히 좋을지 모른다.. (더구나 팟캐스트나 오디오북이란 미지의 세계에..게임기능도 있다잖아!)
반품을 결심했다가 써보고픈 마음이 스멀스멀.. 고개를 드는데.
마침 내 엠피쓰리(소니)의 다음곡 넘김시 삑!하는 소리가 거슬리던 터...(반복되면 귀청 아픈..ㅡㅜ)
이거, 한번 써봐?
자고나서 결정해야지.
끄적끄적날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