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이 심히 불안하다. 배우가 받쳐주는 것도 어느 정도지, 내용이 받쳐주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은 어쩌라굽쇼? 5화를 봤을 때 분명 스탭이나 배우는 이 장면의 감정은 어떤 거라고 숙지하고 간 거 같다. 근데 대본이 그런 설명을 다 생략해버렸어. 그래서 갑자기 인물들이 제멋대로 구는 것처럼 보이고 연결이 덜그럭거리는 느낌을 줬다능. (하지만 나중에 나중에 너그럽게 돌이켜보면 그 장면에서 그런 행동을 한 거는 이래서였겠지 저래서였겠지 추측은 할 수 있다.) 배우가 표현할 몫과 작가가 표현할 몫이 분명히 다르구나 새삼 깨달음.
무려 5회에서 이 정도 앙상함과 불안함을 보여준다는 건 남은 11화가 버거울 거란 소리. 더군다나 이 이야기는 복수의 지점도 이야기의 종착점도 분명하지 않은 채로 2막이 시작됐다고. (내 비록 그런 선명함 굳이 찾지 않는 열린 녀자이지만, 대본이 이 모양이면 그 선명함 다시 볼 길 없을까 걱정된다.)
ㄱㅅㅌ은 적어도 시청자가 원하는 부분을 제대로 집어서 (항상 기대 이하의 수준으로 풀긴 했지만) 보여줬다는 미덕이 있었는데, 이건 그 지점도 제대로 못 집어........ 아 어떡해. 겨우 5환데 벌써...
작가진 보니까 한명은 <전우> 썼던 분이고 한명은 4부작 썼던 신인이네. 어째서 원안이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빈약하게 풀까. 감독들은 한명이 공남 했고 한명은 ㄱㅅㅌ했던... 젝일. ㄱㅅㅌ.
배우의 연기는 괜찮았다. 디테일만 받춰줬더라면. 그리고 그 디테일은 작가가 부여할 몫이었어.. 이게 말하자면 개늑시에서 수현>>언더커버수현>>케이 의 3단계를 왔다갔다 할 때 중간단계의 인물로 변한 건데 "내가 그 사람으로 보이니...?" 할 거면 달라진 모습이 뭔가 좀 빠삭해야 하잖아. 이전에는 없던 허랑방탕 싸가지라던가 이전에는 없던 냉정함이나 수완이라던가... 뒷받침되는 변화의 모습들을 대본에서 빼먹으니 이걸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라고??? 복선을 깔아도 1차원적인 복선을 깔아서 (갓 씌우고 정체 알아보는 거 남주편 여주편으로 ㅋㅋ) 시청자가 맞추게 하고(아니 뭐 그 재미도 있었습니다만) 당연히 기대하는 지점은 허술하게 넘어가고...
물론, 워워 이제 막 2막이 시작된 거니까 쫌만 더 기다려보자 하는 사람들도 일리는 있다. 요령 피워서 홀수화 버리고 짝수화에 올인하는 낚시 전법일 수도 있고 5화는 단지 실수,였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느긋하게 볼 수 없는 게 나의 직업병 비스무리한 것. 이건 문제가 심각하다, 라는 불안이 느긋함을 압도해버렸엉.
앞으로 예상되는 국면은 한조의 정체가 단계적으로(연인과 악당에게) 탄로나고 진짜 원수가 밝혀지는 것 정도. 그 빈약한 무기 가지고 어떻게 남은 회를 이끌어 갈런지... 총만 돌리면 장땡이라고 했더니 진짜 그런 줄 알았나봐 ㅠㅠ
여하튼 추천은 못할 지경이에요.
ㄱㅅㅌ처럼 영웅물의 나쁜 예로 공부하게 될까 두려운... 흑흑. 큰 기대 안했는데도 기대를 뛰어넘었어. 정신 좀 수습하고 화이팅해줘요~
---> 6화는 좀 나았다! 이준기 액션은 진짜 ㅎㄷㄷ 작가랑 감독이 둘둘이니까 짝 먹고 한회씩 돌아가며 찍나 이런 생각도 들었음... 짝수화 공들이기 수작인가 싶기도 하고.... 쫌만 더하면 다시 추천모드 돌아설테야. 쫌만 더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