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케스트너의 평전이다.
국내외 모두 드물다는, 그래서 별 수 없이 자기가 썼다는 케스트너의 평전. 내용을 떠나 케스트너를 좋아해서 그가 저평가되는 데에 분개하는 저자란 것 만으로 친근감과 동질감이 팍팍 느껴진다. 나 같은 사람이 여기 또 있네... 하며 읽었다. 나보다 훨씬 대단한 팬이지만!
인물을 시시콜콜 파헤쳤다기 보다는 그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는데 중점을 둔 느낌. 평전으로써보다 군데군데 케스트너의 시와 글들을 인용해 그의 생각을 대변한 부분들이 멋지다. 국내에 대충(!) 소개된 작가에 대한 잘못된 정보도 고쳐주고, 역시 대충(!) 번역하고도 베스트셀러였던 <마주보기(심지어 제목도 이게 아니야...;;;)>의 몇몇 시들도 재번역해 오류를 바로잡는 의미도 쏠쏠하다.
다 떠나서 에리히 케스트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장가치 충분!
책 얘기는 그렇고...
난 이걸 읽고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가 에리히 케스트너였구나, 깨달았지 뭐야.
정말 깜짝 놀랐다. 오히려 난 O.헨리나 조반니노 과레스끼나 뒤마나 헤세, 스누피가 아닐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작가로서의 세계관, 아동을 바라보는 시각, 심지어는 내가 천착하는 이야기의 주제나 캐릭터가 전부 이 사람의 특질을 빼닮았다니!
아이 적을 잊지 말라. 사람들은 어렸던 시절을 마치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낡은 전화기인 것처럼 잊어버리나, 1층 없는 2층이 없듯이 어른이 되어도 아이 같은 사람만이 인간이다.
어릴 때 이 문장을 읽은 게 틀림없다. 적어도 어느 책에선가 이런 느낌을 받았을 거다.
내가 어린이인 이 순간을 똑똑히 기억해야지.
라고 몇번이나 생각한 것이 지금도 눈에 선하니까.
하여간 그의 사회풍자와 유머, 어린이를 존중하는 시각 등 그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명문들이 이 책 구석구석에 실려 있다. 독일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지는 작가가 아닌 케스트너를 애정 하나로 이만큼 파고든 저자에게도 감사와 경의를!
책 제목이 된 케스트너의 시로 마무리한다.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생각하라!
때가 오면 자랑스럽게 물러나라.
한 번은 살아야 한다.
그것이 제 1의 계율이고,
한 번만 살 수 있다.
그것이 제 2의 계율이다.
-에리히 케스트너 <두 가지 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