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가 유행하던 무렵,
중3에서 고1 올라가는 무렵이었던 것 같다.
친구가 없는 돈을 모아 타이프를 한대 사서는 자작시를 나누어준 적이 있다.
그때는 그냥 그 시절 유행하던 감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방정리를 마저 하다가 그중 하나를 읽고 짠해져버렸다...
지금은 연락이 끊긴 그 친구는
형편도 어려웠고 가정사도 심란해서 일찌감치 남보다 몇배나 철이 들고 인생을 알아버렸나보다.
결혼도 일찍 했는데 역시 형편은 고만고만해서 잘 살고 있는지 이따금 생각이 난다.
그때는 그녀의 아픔이 버겁기도 했는데
친구가 보기엔 우리가 또 얼마나 버거웠을까. 복에 겨워서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우리들을 좋아해서 작은 아픔이라도 생기면 같이 아파해주던 친구...
작가가 되면 좋겠다,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친구...
왜냐하면 바로 어제, 내가 꼭 저런 상황이었거든.
이제서야 느낀 쓸쓸함을 그 어린 나이에 이미 느끼고 극복하려 했던 친구의 마음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근데 난 아직도 너무나 얄팍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