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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연아의 오마주 투 코리아에 감사하며

by 와옹 2011. 4. 30.
오늘 보니, 오마주 투 코리아의 음악은 서구에 공감을 얻기 힘든 면이 있을 것 같다.
핸디캡을 감수한 연아와, 오피가드 코치의 용기와 마음에 감사한다.

혹자는 이러한 선곡에 무리가 있었다고 말하겠지만
오늘 연아의 패인은 예술성이 아닌 기술점수였다..
두번의 점프 실수로 내준 빌미로도 모자라, 훌륭했던 고난이도 구성의 가산점을 빼앗아야(?) 끌어내릴 수 있었던 실력. 그게 피겨퀸의 현주소인 것이다.

그리고 난 오늘 점수 결과를 보고 새삼 깨달았다.
아, 피겨는 스포츠지 예술이 아니었구나.
피겨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연아 덕분에 잠시 예술이라고 착각했는데,
빙상관계자들에게는 어디까지나 경쟁이 재미요소인 스포츠였나 보다.
그래서 룰까지 바꾸어 하향평준화를 하고도 억지로 연아의 기량을 흠집내야 했던 스포츠. 그것도 스포츠 정신에 심하게 어긋나는 스포츠 장사였던가 보다.

이미 올림픽으로 무결점 연기를 인정받은 김연아가
1년만에 더 훌륭해진 기량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만한 변화.
진정으로 마음을 울리는 연기에 난 정말 감동했다구. 올림픽 때도 무덤덤했던 우리 오마니께서도 부드러워졌다고 하신 걸.
이미 점수로 매길 수 없는 영역에 들어선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 예술성을 피겨계가 따라오지 못하는 거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바꿔 놓은) 룰 안에서 제일 무난한 사람을 1등 주는 낮은 차원의 피겨계.
그것을 선도하는 것은 저 난리를 당하고도 재력 있는 '일본' 피겨계와
어떻게든 천재의 독주를 막아야 장사가 되겠다 싶었을 세계 피겨계.
천재를 뒷받침해줄 아무 힘이 없는 우리 나라 피겨계. (주관적인 해석이라 하셔도 좋습니다만, 제 눈엔 안도의 기술도 깔끔해 보이진 않았거든요..)

어쩌면 외국인들은 한국이란 나라가 김연아에겐 아무 도움 안되고 부담감만 지워주는 최고의 걸림돌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실제로 지난 올림픽 때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뜨거운 기대를 탓했고..
그런데도 연아는 굳이 오마주 투 코리아를 택했다.
한국팬의 과한 열기와 그로 인한 부담감이 모두 '사랑'이라고, 연아는 알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오피가드 코치와 윌슨 안무가는 기꺼이 그 뜻을 따라준 거라고.

그 사실에 고맙다.
오마주 투 코리아는 진정한 승자만이 선택할 수 있는 용기였고
그래서 연아는 한발짝 도약한 피겨 여왕이다.
불모지에서 태어나 시대를 앞서버린 불운한 여왕에게,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점수로 매길 수 없는 감동을 준 것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