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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일드

황금돼지 - 회계검사청 특별조사과 (2010) ★★★★★

by 와옹 2011. 2. 9.



저 떡하니 그려진 노란 돼지는 돼지저금통을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국민의 혈세를 한푼 한푼 정성으로 모은 돼지저금통에 비유한 것. (저 제목에 식겁해 안 보려고 했어....;;;;)
그래서 매회 주인공은 빼돌린 돈을 황금 돼지에게 돌려줘야겠다며 "돈 돌려줘."라는 말로 끝맺는다.
이 대사를 하기까지의 막판 5분이 매회의 묘미.
 

그러나 회계검사청 중에서도 이 드라마 속의 특별조사과는 좌천되어 오는 한직.
힘 없고 빽 없어 몸 사리며 타성적으로 근무할 뿐인 조사원들 사이로 가석방 중인 사기꾼 여자가 스카우트되어 뚝 떨어지면서, 그 동안 이래저래 굴복해야 했던 종류의 큰 건들을 해결해 나간다는 스토리다.

한회의 완결성도 뛰어나고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도 있는 수작!!!
최근 2~3년 사이의 일드(..는 많이 안 봤지만;;) 중에선 보기 드문 작품성을 지녔다.




그 멤버는 이들! 왼쪽부터 키리타니 켄타 - 오카다 마사키 - 시노하라 료코 - 오오이즈미 요 - 죄송, 못 읽겠음.


키리타니 켄타는 유성의 인연에서 아주 강렬하게 재수 없는 역할로 나왔던...ㅋㅋ...아우, 미남이신 걸 못 알아봤습니다. 크하하하.... 하여간 그냥 싫었던 배우인데 호감도 완전 상승했음!
오카다 마사키는 피부 좋고 잘 생긴 건 알겠지만 너무 달달하게 생겨서 도무지 호감이 안 가고 ㅠㅠ (얼굴에 연기가 묻힘)
시노하라 료코는 거의 원톱에 가까운 강한 캐릭터인데 초반엔 좀 거북했던 연기가 뒤로 갈수록 주인공답게 안정된다.
오오이즈미 요는 삼각구도에서 영계에게 밀리는 거 아닐까 했는데, 매력 있게 그려져서 다행. T^T
전부 연기력 있는 배우들이라 무거운 소재의 정극인데도 가볍게 극을 이끌어간다. 특히 오오이즈미 요나 맨 오른쪽 배우분(ㅠㅠ)은 코믹 캐릭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인지라 진지하다가도 한순간에 긴장을 풀어주곤 한다. 


물론, 작가의 대본도 무척 좋아서 이름까지 찾아봤다.
요시다 토모코. <미녀 혹은 야수>를 썼던 분이더라. 스토리 탄탄하고 구성도 쫀쫀하다.

재미있는 건 구성이 추리물의 형식을 띈다는 것. 주루룩 정보를 늘어 놓고 진퇴양난에 빠진 순간, 탐정이 '수수께끼는 풀렸다'하는 것처럼 '여기 증거~' 하고 들이민다. 그러니까 증거를 확보하는 마지막 과정은 탐정의 추리처럼 생략되었다가 막판 5분에 몰아친다. 증인이나 증거가 있어도 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그 부분은 설명하지 않는 식이다. 기본적으로 회계검사청이란 곳이 개인의 계좌를 열람할 수 없다거나 증거 없이 프라이버시나 공권력을 강제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어서 증거를 가지고도 엎어지기 일쑤다. 즉, 공무원이라 해도 서민이나 다름 없는 힘 없는 말단직이라는 것. 그런 그들이 난관을 돌파하는 문제해결력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백미이고 최고의 미덕이다.


이같은 직업적 한계를 가진 드라마는 꽤 있지만 (카바치타레, 특상카바치 등) 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게 보통이다. 말하자면, 이보다 더 힘 있는 직업으로 전향하거나 이 직업의 한계 안에서 충실하겠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황금 돼지>는 그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작은 것이 바로 서지 않으면 큰 것도 바로 설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인간애에 기댄 씁쓸한 안분지족이 아니라, 우리 힘으로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정론을 관철하는 진일보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여기에 삼각관계를 분위기만 살살 피우며 양념으로 얹어주고,
첫 씬의 알 수 없는 나레이션을 내내 숨기다 시리즈 후반에 팡 터뜨려준다.
세계관 만큼이나 구성도 빼어나다. 특히 필요한 복선을 까는 방식은 50여분의 러닝타임에서 정말 훌륭할 정도.
9부작의 에피소드 안배도 멋진 것이, 1회에 강한 사건을 터뜨리면 2~5회는 좀 약한 걸로 쉬어가는게 보통이건만 이건 그 강도를 유지한다. 오리지널로 창작한 사건이 아니라 탈세의 사례들에 근거한 픽션이라 그런지 사건의 덩치들도 크고 생활에 밀착돼 있다. 물론 그 사건의 전체를 해결하는 게 아니고 책임자만 벌하는 식이지만, 이런 한계 또한 적당히 휴머니즘으로 덮지 않고 충분히 짚어주고 있으니 멋지지 않냐고.


여하튼, 화려한 스타는 없어도 실력파 배우들에 작품성 높은 드라마가 재미있기까지 하니...
황금 돼지라는 요상한 제목에 식겁해 포기하기는 아깝다!
강추!!! ★★★★★

(역시 오오이즈미 요와 시노하라 료코의 출연작은 기본은 해, 라는 느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