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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공연.예술

JYJ 뚜껑 없는 뚜껑콘 후기 (부제: 덕후질은 했으나 난 너무나 쿨한 녀자)

by 와옹 2010. 12. 3.
훗훗훗.
그렇다. 늘 음지에서 혼자 영상 따위나 챙겨보던 내가, 백만년만에 오프라인 덕후질을 했다!
이름하야 JYJ 콘서트!
왕뚜껑 패러디까지 탄생시키며 잠실 주경기장 뚜껑 덮는다고 화제였던 그 콘서트에!
올해 나의 마지막 사치라며, 거금 5만 5천원을 들여서! (젠장, 할인도 눈곱만큼도 없는!) 3층이 진리라는 낚시글에 속아! "언니, 내가 이런 구경 또 언제 해보겠소. 난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봐야겠소."라는 말로 귀차니즘에 쩔어있던 나를 끌어낸 홍차양과 함께! 급속냉동 영하 6도의 기온을 뚫고! 허리 아프게 지하철을 타고 11월 28일 잠실로 간 것이다.
내 생애 가장 헐벗은 사치~♡
추웠다구~.

이런 대형공연장에서의 콘서트는 처음이라 공연장 주변 풍경도 꽤나 즐거웠다.
야시장 분위기의 각종 노점상! 진짜 먹거리며 방한용품이며 안 파는 게 없고~~
화장실 줄은 무지 길어서 거의 1시간 가까이 기다렸고~ (그 큰 경기장에 외부화장실이 달랑 세칸. 무슨 김치냉장고냐?)
유사품 말고 정품 야광봉 사라는 글을 어디서 읽었는데 걍 빨간 건 다 똑같아 보여서 젤 싼 거 하나 사서 들어왔더니... 유사품이었던 건지ㅋㅋ... 이게 또 막판에 추억 남겨주시네. 그 얘긴 이따가.

1시간 반 전에 도착했는데도 (홍차양은 2시간 전에 와서 표 사고) 화장실 가고 호빵 한개 먹느라 겨우 뛰어서 제시간에 입장했다.
거의 맨 끝이었지만 중앙에 가까운 3층은 홍차양의 탁월한 선택♡


 
 비포 앤 애프터


어차피 3층이니 실물은 점이겠지 예상했고, 전광판도 별 기대 안했지만 진짜 작더군.ㅋㅋ 게다가 전광판이 클로즈업을 거의 안 잡아서 저거 찍는 사람 누구냐고 면담하고 싶은 심정으로 관람.
이상한 고집 탓에, 그래도 좀 크게 보이는 전광판을 외면하고 점만한 실물 무대를 죽어라 노려보았다.
덕분에 시력이 좀 좋아진듯? 막판엔 전광판 가사 읽으며 노래도 따라 불렀다. 하하. 글씨도 쪼그매. 3층을 배려하란 말이야!!!

어차피 3층은 공연장의 전체 그림을 보는 자리라, 유명하신 공연 연출자(제리 슬로터 씨?)의 역량은 크게 못 느꼈다.
다만 객석의 빨간 불을 예상한듯 빨강이 거의 없는 무대 색감이 참 예뻤다. 비록 아쿠아리움과 태양의 서커스와 최면술 혹은 007오프닝을 연상케한 무대도 있었지만 ㅋㅋㅋㅋ (미안해요. 나 삐딱함) 뭐가 연상되든 다 강렬하고 멋졌다.

내가 굳이 실물 무대에 집착했을만큼 춤이 괜찮았는데, 정말 너무들 하시지... 돌출무대도 거의 안 나오고 (돌출무대 나오면 그래도 점이 손톱은 된단 말이얏!) 주구장창 저 뒤에 짱박혀 추는데... 우박에 뚜껑 날아가서 동선이 바뀐 탓일까? 대형콘에 어울리는 역동적인 연출은 볼 수 없었다. (혹평하는 기사는 아마 이런 부분 때문일 거다) 뚜껑 퍼포먼스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몰라도, 그게 빠졌다고 공연장의 활용도가 이처럼 낮아진다는 건 뚜껑 탓만은 아닐 듯해. (이거 동선 바꾸느라 첫날 1시간이나 연기되었다는 듯...)

댄서들의 기량이 좋은 건 한눈에 알겠더라, 저 뒤에서 봐도. 근데 솔직히 댄서들 타임에서 나는 다 같이 춤추는 퍼포먼스를 기대했는데, 걍 개인기 보여주고 우루루 들어간 무대가 아쉬웠음.
그리고 언니들... 특히 애들 솔로할 때 활약한 8등신 언니들... 특히 준수 솔로할 때 태양의 서커스 삘로 천 붙잡고 허공에서 우아하게 돌던 언니 둘... 어째서 전광판도 외면했단 말인가..............-_ㅜ 젤 추웠을 텐데, 헐벗고... 쓸데 없이 애들이나 한번 훑어야 객석에서 질투 반 부러움 반의 환성 받은게 전부인 그 댄서 언니들에게 심심한 박수를...!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루 공연에 대한 감상을 하겠다. (지금까진 뭔데? ㅇㅁㅇ!!!)
다시 한번 기억할 것은, 내 비록 덕후이나 나란 여자는 쿨한 여자라는 것.
솔직히 나 1시간 20분 지점에서 시계 봤다. (혹시 JYJ가 보는 건 아니겠지...? 이런 변방덕후블록따위)
그 많은 노래를 불러왔음에도 달랑 비기닝 앨범과 성균관스캔들OST, 미발표 신곡 몇곡으로 버텨야 했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초반에 줄창 때리는 영어 곡들은 그야말로... 관상용. -_-;; '렛잇고' '비더원' 그 한마디를 외치기 위해 내 얼마나 강한 시력과 눈치와 적응시간이 필요했던가... 나는 소망해, 국내콘에서 영어노래는 쪼금만 해달라고..ㅠㅠ 따라할 수가 없잖아! (3층은 소리가 묻히지 않아서 1층보다 외치기 뻘쭘한데...)
성스 주제가가 연타로 나올 땐 정말 저절로 환호성이 나왔다니까! 그게 1시간 20분 이후였을 거다.
(그렇다고 1시간 20분 동안 지루했다는 뜻은 아니다. 추위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다들 노래를 잘하더라. 감동할 만큼은 아니어도 잘했다. 추워서 음정 떨렸던 건 도련님 한분 뿐이었던 것 같다. ㅋㅋㅋㅋ 괜찮아, 감정만은 당신이 넘버원.)

어째서인지 선준도령만 두번째 솔로곡을 남의 노래를 불렀는데(성스 OST에서 솔로곡 안한 죄...?) 그것이 <취중진담>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내가 존박이랑 김동률이랑 유쵸니랑 중저음이라 좋다고 한거 어찌 알고 짠듯이 그 노랠????? 아앙~ 감정 진짜 쵝오였어! 음정이 초큼 떨려도 김동률이 안 부럽더라. (그럼, 이건 실시간 라이브인데)

그리고 솔로로 성스 노래를 불렀던 준수와 재중은... 우와... 진짜...
얘들 노래 잘하는구나!!!!
라고 감탄했음. (유쵸니도 잘해~ 물론 잘해~ 생략된 문장은 알아서 파내길 바람.)
농담 소재라고만 생각했던 '카리스마 준수' 외칠 뻔했고, 그런 무대 뒤에 바로 이어서 멋지게 노래한 재중이도 참 잘하더라...! (단순히 음향시설의 승리일지도 모르나, 대형경기장 음향시설 따위...?)
겨울밤에 야외에서 듣는 노래가 넘 좋아서 취중진담부터 나도 막 따라 불렀다. 조용히. 난 노래방은 싫어해도 야외에서 노래 부르는 건 좋아하는 녀자니까.

근데, 재중이 솔로 때 '김재중'을 연호한 팬들.............-_- 이 덕후의 피눈물을 보았는가.....(부들부들부들) 그 감미로운 열창 사이사이에 이름을 왜 부르냐고오~~~!!! (우윳빛깔 안나온게 다행인가?) 제발, 발라드 사이에 연호하는 것 좀 자제합시다! 가슴이 벅차면 그냥 같이 노래를 불러주세요. 그건 노래하는 사람을 위한 매너가 아님! 팬들의 어필일 뿐이지...


하여간 한국 노래 나오면서부터 신곡도 꽤 많이 불렀다. 제목도 모른채 처음 들은 쿨한 덕후에게는 다 비슷비슷한 노래 같기도 했고 어떤 건 가사가 넘 직설적이고 그랬지만, 신곡이 다 좋았다. 마지막에 부른 <낙엽>은 가사도 의미심장하고 노래도 좋아서, '또 음반 나오겠구낭...' 이런 생각을 하며. ^^;

'찾았다' 부를 때였나? 드디어 이동무대가 경기장 외곽을 돌기 시작했는데, 우와.
내가 우습게 봤다가 반성한 콘서트의 두 가지, 그 중 하나가 이 이동무대다.
점이던 애들이 서서히 가까워지는데, 그들의 동선에 따른 팬들의 민족적 대이동도 볼거리요 점점 커지는 함성과 출렁이는 객석에 나도 모르게 캭 소리가 나오더라니깐! 만화에서 곧잘 필살기를 예감하며 '온다...!' 하던 그 느낌?! 게다가 유쵸니는 무대가 잘 안움직였는지 무려 걸어서 그 먼 길을.... T^T 그렇게 양쪽에서 반바퀴씩 훑고나니 객석은 이미 전자동 스탠딩. 위대한 아이돌님의 발자취는 팬들을 벌떡벌떡 일어나게 한다.

우습게 봤다가 반성한 두번째는...ㅋㅋ... 의례적 멘트라고 여겼던 "3층 잘 보이나요!" 크하하하하하!
진짜루, 나 콘서트 영상 보면서 저거 그냥 팬관리 멘트라고, 성의도 없다고 진짜로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괜히 저런다고 생각했는데.......(부들부들부들)..........아니었어. 그 멘트 한방에 나 "예!"라고 소리쳐버렸다구. "어"라고 할 순 없으니까;;;; 진짜로 재중이가 가끔 3층 챙겨줘서 얼마나 기쁘던지. 그에 비하면 2층은 찬밥. 1층은 묻지도 않음. ㅋ 그러니 기왕이면 3층이 좋다는 이상한 논리.
여하튼 난 '찾았다'란 곡이 이렇게 댄스곡 분위기 날 줄 몰랐다는 거. 푸하하. 가사 단순한 거 진짜 마음에 들어. 드라마 끝에 매번 나와줘서 나도 모르게 다 외웠더만. 여기서부터 완전 신났더랬다. 적정한 발성톤도 찾아서 돌고래마냥 꺅꺅거리고. (목 안 쉬었음. 후훗v)

마지막 곡이었던가? 비 마이 걸 리믹스 무대였다는데, 거기서 관객과 함께 같은 춤을 추려는 깜찍한 시도 있었다.
사전에 인터넷에 안무영상이 떠돌고 공연장에서도 직전까지 그 영상을 틀어줬는데.......
쿨한 덕후인 나는 사전 준비를 싫어하므로 그냥 멀뚱히 바라보고 있다가... 보면서 점점 입이 떠억~. 
 
  
뭐냐... 저걸 어떻게 따라하라고! 잠시잠깐만에 외울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가만 보면 팔동작이랑 하체도 따로 놀아. 그리구 너댓동작 했으면 반복해줘야지, 이건 네개쯤 하고 하나 반복하고 그 담에 다른 걸로 네개쯤 하고 하나 반복하고... 으아아아, 그래 나 학창시절에도 순서 드럽게 못외운 녀자....... 근데 "다 외웠어요?" 묻자 "네!"하는 관객들에 깜딱 놀라고...... 근데 내 주위엔 제대로 따라하는 사람 하나 없었고...ㅋㅋㅋㅋㅋㅋ 뭐냐 이 거짓말쟁이들. 깜찍하기도 하셔.

자, 여기서 문제의 야광봉이 활약해주십니다. 홍차양 야광봉은 사자마자 뚜껑과 이별하더니 내 껀....... 그거 안무 쪼끔 따라하며 흔들어줬다고........


  두둥! 3천원 짜리 야광봉의 위용 (사진과 달리 불은 빨갛게 잘 나옴)

이 꼴이 되어 둘이 엄청 폭소했다. 제다이검이냐? 야광에 왜 봉이 없어?
나 막 부끄러워서 한동안 맨손 흔들다가 주위에 맞은 듯한 사람이 안 보이길래 나중엔 걍 저걸 휘휘 돌렸다. 역시 길든 짧든 야광봉은 필수템! ㅎㅎ

신나게 와와하고 났더니 끝났다며 홀랑 들어가버린 JYJ.
전날 (첫날인데도) 앵콜 안해줬단 후기에 조금 두근두근하며 목청껏 앵콜을 외쳤다.
설마 마지막날인데 안나오랴 했더니 정말 나와서 앵콜. (당연하지!)
두번째 앵콜을 부르는데 이게.........................다들 추운 거다........ 힘들이 빠져서 점점 용두사미 되는 앵콜...ㅋㅋㅋㅋ
그때 우리 옆쪽에서 한 떼의 무리가 '나와라'를 연호하기 시작! 아... 이게 따라해보니 소리가 더 잘나오더란 말씀. 결국 회장 전체가 나와라 열풍에 휩싸였고~ 진짜 나와서 두번째 앵콜.
그담엔 또 나와라 할 순 없고(미안해서?) 앵콜도 힘겨워 흐지부지되던 팬들. 결국엔 아양도 아니고 마구잡이로 소리 질렀다능. 그랬더니 나왔다능. 재중이 막판에 진짜 감사한듯 외치고 끝났다능. 함성 소리에 그 소리도 쫌 묻혔다능. 근데 이 앵콜 세번이 걍 계획된 공연의 일부 같아서 아쉬웠다능. 뭐 그런 마무리.

나중에 트위터 엿보기질을 해봤더니 재중이는 이 공연 끝나고 펑펑 울었댄다. 최고였다는 기쁨의 글도 남기고.
응... 좋았다. 공연장이 너무 커서 빈곳이 많은게 (애초에 표를 부채꼴 구역만 판 듯하다) 내겐 너무 아쉬웠지만... 그건 객석의 대이동을 보고 싶었던 쿨한 덕후의 관전포인트 탓이겠고... 꽉찬 공간의 하나됨을 원한 3층 관객의 욕심이었겠지... 1층 VIP석에서 봤으면 뭔들 부족했겠어? 콘서트는 무조건 앞자리인 거다! 나같이 쿨한 덕후는 다가가기 힘든 뷔아이피석! 그래도 이동무대가 우리 밑에 왔을 땐, 그 뷔아이피들 전부 3층 신세 되었다지. ㅋㅋㅋ (뭐야 추잡해)


 
 입장중/ 좌하늘 우하늘
(오른쪽 사진의 저 빨간 줄이 뭔가 뚜껑의 흔적 같은....)


공연은 깔끔하게 두시간에 끝났다.
홍차양이 두시간 반짜리라고 해놓고 왤케 일찍 끝나냐 흥분했는데, 아마 날아간 뚜껑 퍼포먼스가 그 30분이 아니었을까...
돌아오는 길은 쾌적할 정도로 붐비지 않아서 -알고 보니 팬들은 일본식으로 말하면 데마치를 하는 통에..ㅋㅋ 이걸 해야 진정한 덕훈데...- 하나도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다음날까지 기운이 넘쳤다. 뭐야? 바람직해. ㅋㅋ
티켓이 너무 비싸고 할인도 하나 없고 뚜껑 날리고 아무런 보상도 없었던 것만 빼면,
행사 진행에 전반적인 미숙함이 느껴진 것만 빼면,
3층에 대한 배려는 공연장 통틀어 재중이가 최고였다는 것만 빼면,
쓸데 없이 복잡한 안무와, 머리가 마음을 못따라가는 영어 노래, 첨부터 꽉 찰 수 없었던 공연장의 아쉬움만 빼면,
물 건너와 헐벗은 댄서들을 1층용 퍼포먼스로 제한시킨 연출과 전광판 촬영만 빼면,
둘이 빠진 빈자리만 빼면,
공연은 좋았다. ^---^

이번 콘서트에서 부른 신곡들이 거의 다(전부?) 셋의 작사작곡이라는데. 싱어송라이터로서 개성과 예술성이 얼마나 있는지 나는 모르겠지만, 더 듣고 싶은 마음은 든다. 유천이를 지켜준다던 이모들의 벌룬선언처럼(ㅋㅋ 나 이거 찍었는데 핸폰 카메라가 즈질이라 안나왔음) 쿨한 덕후가 들어줄게. 계속해서 노래하기를. 단, 싱글 말고 앨범 위주로 내다오. 흐하하. (이거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주머니가 슬픈 사람)

준수가 트위터에 <낙엽>은 남녀의 사랑노래가 아니라고 했기에, 그 노래는 <W>와 같은 맥락으로 빈자리를 기다리는 노래일 거라고 생각해본다. 그런 우정은 쉽게 깨지지 않아. 주위에서 그렇게 만들 뿐이지. 일시적으로 소원해질 순 있어도 결코 끊어질 순 없다고 난 확신한다. 가족 같은 동료란, 그런 관계란 만나기조차 힘드니까. 그 소중한 인연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다른 둘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 힘을 키워서... 동반 군입대해라. ^^히히.

어쨌든 즐거웠던 콘서트! 간만의 아웃도어 덕후질!
그래 난 지금 마감 도피중이다. 으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