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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책벌레/책갈피

글쓰기라는 기생충

by 와옹 2010. 10. 10.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가론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공감되는 말이 많아서 한토막 옮겨본다.


저는 그때 이후로 작가의 처지를 몸 안에 촌충을 달고 살았던 호세 마리아라는 친구의 처지와 종종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는 취미로 할 수 있는 일도, 스포츠 삼아 할 수 있는 일도, 심심풀이 삼아 가끔씩 해보는 고상한 놀이도 아닙니다.
글쓰기는 그야말로 온 몸을 바쳐야 하는 작업이며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작업입니다.
자발적으로 선택한 복종의 길입니다.
이 길로 들어선 희생자들(행복에 겨운 희생자들)은 노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파리에서 사귀었던 친구를 보십시오.
문학은 끊임없이 파고들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작가의 몸 안에 척하니 들어앉아 다른 일은 아무것도 못하게 하면서 오로지 글쓰기에게만 매달리게 합니다.
글쓰기는 작가의 삶을 파먹고 삽니다. 우리 몸을 갉아먹는 촌충과 다를 게 하나 없단 말이지요.
플로베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글쓰기는 삶의 한 방식이다."
풀어 보면 이런 뜻입니다. 작가라는 우아하지만 진절머리나는 직업을 자신의 본업으로 택한 사람은
살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해 사는 사람이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아이작 아시모프는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냐는 질문에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다 못해 창문에서 뛰어내려 죽고 싶을 때까지 생각한다'고 했다.
글쓰기는 결코 즐거운 작업이 아니다.
뭐어... 직장인들의 업무 성취도가 연타 잽이라면 글쓰기는 가끔 강력한 한방의 기쁨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괴롭고 돈도 별로 못 번다.
그런데도 안 하면 못 살겠으니까 하는 거다.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글을 써야 뭔가 좀 한 것 같다. 
정말 우아하고도 지랄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