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얄팍해요~문화생활/일드

자상한 시간 (2005) ★★★★☆

by 와옹 2009. 6. 7.
그렇다. 마감도피병이다.
풀리지 않으니까 자꾸 다른 걸 보게 된다.
그래서 뭔가 싶어 보기 시작한게 그만 끝까지 다 봐버렸다.

자상한 시간 
Fuji TV (2005)
각본 : 쿠라모토 소우(倉本 聰)
연출 : 타지마 다이스케(田島大輔)


이거....T^T
정말 어~하다 끝을 봤다.
나의 집요함과 도피증상이 겹쳐 니노군의 드라마를 다운받았고 (팬들이 그렇게 흥분하면서 연기 잘한다 그러면 궁금하잖아!) 우야든동.

별 생각 없이, 어떤 건가만 보고 일해야지, 하고 시작했다.
대충 스킵하며 보면 전혀 안땡기는 이 드라마는... 템포 느리고... 잔잔하고... 큰 사건도 없고...
정작 주인공인 아버지와 아들은 거의 만나는 씬이 없고...
최근의 드라마 경향에서는 '절대 쓰지 마라'고 할만한 요소로 가득했다.

그런데 나,
울어버렸다구.
왜인지 알 수 없는데,
드라마 속 감정이 눈처럼 소리없이 쌓여 (드라마 배경도 홋카이도 쪽)
정말 별 것 아닌 별 것도 없는 장면에서 울어버렸다.
'어? 나 왜 울지?'
기다렸던 해후 씬이 나왔지만 그 장면이 극적이어서 우는 것도 아니다. 
의미있는 소품이 나오긴 하지만 거기에 눈물이 빵 터진 것도 아니다.
일련의 사건이 알고보면 이랬고 저랬다는 식으로 차곡차곡 덧씌워지면서... 비상식적으로 보였던 인물들이 차츰 차츰 이해되고 공감된다.

진정성.
진정성이 넘치는 드라마였다.
뭔가... 굉장한 충격을 받아서 도대체 이 각본가는 누구냐고 검색을 해보았더니,
아뿔싸, 이 분이 [바람의 가든], [친애하는 아버님], 일드팬이면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북쪽 나라에서]를 쓴 원로 작가님이구나. 다른 것도 찾아봐야지.
이 작가님이 니노를 '소박하고 꾸밈없는 좋은 연기를 한다'고 평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연기란 느낌이 안들게 연기하는게 좋았다. 
고희가 넘은 노작가의 작품이긴 하지만,
이런 인생의 깊이는 얼마나, 어떻게 살아야 표현해낼 수 있는 걸까...
너무 대가의 작품을 봐서, 내가 쓰고 있는 이야기의 진도가 더욱 나가질 않는다.
대작을 쓸 것도 아니면서,
눈높이는 대가의 작품에 맞춰지다니.......
유성의 인연에서 멈췄어야 하는데.
나 탈고할 수 있을까...ㅠ_ㅠ 아아...!

어쨌든 좋은 드라마!
★★★★☆
대중성은 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