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 103분
홍콩, 느와르
감독 유위강, 맥조휘
출연 여문락(청년 진영인 역), 진관희(청년 유건명 역), 황추생(황국장 역), 증지위(한침 역), 유가령(메리 역), 두문택(아강 역) 외
한마디로... : 쌍방 첩자가 된 그들의 인생역정과, 그 보스들의 인연이 악연이 되기까지
*스포 잔뜩 주의
막 첩자가 된 주인공들의 인생사를 다루긴 하지만, 속편의 진짜 주연은 오히려 황국장(황추생 扮)과 한침(증지위 扮)이라고 할 만하다.
첫장면에서 한침이 '아직 사람 같아서' 봐줬다는 황국장은 엔딩에서 사람의 길을 벗어난 한침을 보게 되고, 풋풋했던 두 사람은 모두 소중한 사람을 잃는 고통을 겪으며 극과 극의 모습으로 거듭나기 때문..
한침의 여자 메리(유가령 扮)를 위해 조직에 몸 담았던 유건명(진관희 扮)은, 메리의 죽음을 기점으로 맹목적인 충성에서 고뇌를 품은 첩자의 인생을 살게 되고 또다른 메리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도대체 무슨 명목으로 퇴학시켰나 했더니 뜻밖에도 조폭가계도에 속한 진영인(여문락 扮)은 아버지의 원수(?)인 황국장과 손 잡고 형인 예회장까지 없애버리는 결말을 맞는다. 자신의 핏줄을 부정하고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었던 영인이지만, 자신의 품에서 죽어가던 형이 동생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만감이 들었을 것... 영인의 갈등과 몸부림이 어떻게 훗날의 폭력성과 무기력함으로 발전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무간도 2편에서는 영화의 주요한 네 인물, 첩자를 보낸 보스들과 첩자가 된 사람들의 과거사를 그린다. 비교적 순수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더럽혀지고 변해가는지, 서로의 입장이 어떻게 갈라지고 강력한 적이 되는지 잘 풀어냈다. 하지만, 1편에 비해서는 드라마 같달까? 3편을 위한 배경지식 느낌으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편이다. 초반에 여문락과 진관희가 너무 비슷해서 혼란스러움도 좀 있었고...
영화는 1997년의 대사건, 홍콩반환도 다루고 있는데, 네 인물이 각자 한 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에 돌입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다만, 그 시절의 -밀레니엄 버금갔던- 혼란을 기억하는 나에게도 영화 속 상징성을 읽어내기엔 너무 먼 이야기였던...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으로 와닿진 않아서 이 영화가 더 밋밋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 나는 홍콩이 망하는 줄 알았다. 중국에 반환되는 것을 반대하는 여론도 높았고 해외로 이민 가는 유명인도 줄을 이었더랬다. 아마 홍콩 사람들에겐 (그 시기를 산 영화 속 인물들에게도) 미지의 불안으로 가득한 혼돈의 시기였을 것이고, 이 영화가 그것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십년이 흐른 뒤의 한낱 외국인인 내가 이해하기에는, 그런 정서적 상징이 매우 헐겁고 약해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걸 보고 3편을 보면 인물들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2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