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둥근데
오늘 한가위 보름달은 97.9% 밖에 차지 않은 2% 안 둥근 달이란다.
뒤늦게 생각이 나 부엌 복도 큰 창을 열고 축축한 풀냄새와 함께
고개를 방충망에 바짝 디밀어 옆 건물 위 빼꼼히 걸린 달을 보았다.
구름 사이로 보이긴 할 거라던 그 달은
뿌연 만큼 2.1%의 부족함 따윈 보이지도 않는 보름달이었다.
차례를 지내지 않고 아무도 오가지 않은 올 추석은
저 달보다 훨씬 부족하고 심심한 날이었다.
그래도 이런 한가로움을 바랐으니까 된 거 아니냐고
올 데도 갈 데도 없지만
있을 데가 있으면 된 거라고,
97.9% 만큼의 소원.
그 만큼만 만족하게 그 만큼만 행복하게
여백을 느끼며 살 수 있기를.
소원은 언제나 탐욕스런, 주세요 주세요의 향연이지만.. ㅋ
그리고 달은 늘 억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