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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공연.예술

뮤지컬 <햄릿> - 다카라즈카와 락뮤지컬 사이를 떠돌다

by 와옹 2017. 6. 2.

햄릿  2017/06/01 PM. 8시 공연

연출 
로버트 요한슨, 안무 제이미 맥다이넬
출연 이지훈 햄릿, 최서연 오필리어, 김준현 클라우디우스(삼촌,왕), 전수미 거트루드(왕비), 김승대 레어티스, 이상준 폴로니우스(오필리어 아빠)&무덤지기 


마지막으로 공연 본 게 2년 전...ㅠㅠ 
공짜표에 간택되지 않았다면 뮤지컬을 볼 날이 또 언제였을까!
...이런 서글픔과 설렘을 안고 
겁도 없이 퇴근시간대에 신도림역 디큐브에 가서 (아아 지옥철을 오랜만에 경험했어...!)
뮤지컬 <햄릿>을 보고 왔다. 

4명의 햄릿이 나오는 것 같던데 난 이지훈 햄릿 최서연 오필리어로 봤고, 
정말이지 뜻밖의 재미(?)로 빵 터진 공연이었다.
연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쇼에 가까운 연출과 연기,
힙합과 락, 가요의 뽕삘 멜로디를 넘나드는, 익숙한데 짝퉁 같은 송넘버들,
종종 개콘이야 성우 외화더빙이야 싶게 오버하는 말투와 창법,
생목 대결하는 듯한 찢어지는 고음들(난 죄다 노래 못하는 줄 알았음!),
뜬금없는 서비스성 웃통 벗기(햄릿)와 체신머리 없는 댄스씬(왕),
<엘리자벳> 짝퉁 같은 오프닝과 참으로 저렴한 노랫가사 등등.... (늦기 전에 내 모든 걸 다 줄게요 내 피로 당신 목을 축여줄게요 라니, 오필리어한테 식겁했다...)

도중에 웃음이 터진 적이 몇번이고 고개 돌려 외면한 게 몇번인지.....ㅠㅠ
웬만하면 안 건드린다는 세익스피어 옹의 햄릿을 왕창 뜯어고쳤는데, 
음..... 이게 구성으로 보면 원작보다 잼나게 요약했는데도 감정선을 찾기 어려운 가식적인 장면들과 찢어지는 노래가 다 망친 듯.
연출도 너무 별로였는데, 엄머... 창작뮤지컬인가? 했던 이 뽕삘의 뮤지컬이 10년에 걸쳐 국내 3연째인 체코 뮤지컬이라네...? 게다가 연출은 <엘리자벳>도 담당했던 외국인 연출가래.... 아 그래.. 나 엘리자벳 연출도 참 싫어했었지... 

2012/03/28 - [얄팍해요~문화생활/공연.예술] - 월초에 보고 월말에 쓰는 [엘리자벳] 국내 초연 관극기


제일 좋았던 1막 엔딩. 내 사랑 플라멩고 기타 리듬이 깔려서 좋았다. >▽<
근데 이런 대목들도 다 어딘가의 짝퉁 같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론 다카라즈카의 그림자가 마구 느껴짐.

그런데다 상당히 쇼적인 면이 강해서, 드라마와 상관없이 고조되거나 신나는 장면들이 유일한 볼거리였고 가장 합이 좋았다. 커튼콜이 제일 재밌는 장면 중 하나였다면 대충 분위기 짐작되실 듯? 
근데 이 커튼콜도 하나씩 소개되면서 자기 넘버를 부르고 맨 마지막에 주인공이 넘버를 부르며 등장하는 포맷이 딱! 다카라즈카 대계단 피날레더라는! (계단에 날개만 달면 다카 쇼야~~) 레뷰가 되고 싶었던 걸까? 뮤지컬 <햄릿>...

어쨌든 이질감과 유치함을 넘나들며 나와 친구에게 당혹감만 안겨주던 이 뮤지컬은, 뜻밖에 이지훈이라는 보물을 툭 뱉었으니... 엄머... 이 분 노래 잘하고 잘 생긴 거 알고는 있었는데 지금 아재 나이일 텐데 어쩜 저렇게 날렵하고 멋지다냐!!!!? 나 정말 깜짝 놀랐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생목소리도 거의 안 나고, 발성이며 연기며 춤이며 가장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는데[각주:1] 잘생겼어.........................!!!! (여기서 넉다운) 
와, 정말이지 다카라즈카 남역 느낌으루 훤칠하고 멋지더라. 
이지훈이 뮤배로선 일류급은 아니라 여겼는데, 앞으론 이지훈 캐스팅이면 즐겁게 보러 갈 것 같다. 
난다 긴다 하는 정통(이런 표현 우습지만) 뮤지컬 배우들에 비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갠적으론 옥주현보다 임팩트 있었다. ㅎㅎㅎ (나 옥양 뮤배로서는 안 좋아함) 
뜻밖에 각을 세울 줄 알더라. 특히 춤출 때 -전혀 기대 안 했는데- 각이 나옴. 

뮤배인데 아이돌이야! 이런 느낌을 주는 배우였다. (원래 아이돌인가? ㅋ)
그래서 같이 본 친구랑 한참을 비웃다가도 "그래도 이지훈을 건졌어용." "응, 이지훈을 건졌어." 이러고 훈훈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영상이 있길래 퍼왔는데... 이 장면도 난 넘 웃겼는데 배우가 진지해서 꾹 참았던...
그러나 1:36초 부근부터 시작되는 노래는 참 근사했다. (거기부터 보면 족함 ㅋ)
실황이 훨씬 파워풀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이 영상도 뒷부분은 좋네. 
(사실 1막의 마지막 씬이 내 취향인데, 거기서 이지훈 짱 멋졌는데 영상이 서은광 것밖에 없어서... 관심있는 분들은 검색해보시면 나옵니다. 근데 음, 뭐... 이 뮤지컬, 넘버들이 미묘하다니까 ㅋㅋㅋㅋㅋ)



  1. 어디선가 주워듣기로는, 이 뮤지컬 넘버가 락베이스라(정말..?) 이지훈 목소리와 잘 맞았다고. 문제는 다른 뮤배들이랑 안 맞았는지, 다들 내 귀청을 포악하게 공격해대서 짜증이 솟구쳤다... -_-;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