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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영화

올해도 넘버링 180. 싱글맨

by 와옹 2017. 2. 6.

2009년 / 101분
미국, 드라마

원작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作 소설 [싱글맨]
감독  톰 포드
출연  콜린 퍼스, 줄리안 무어, 니콜라스 홀트, 매튜 구드 


한마디로... : 지독한 외로움에 일상을 연기하던 남자가 죽음을 결심한 하루의 기록


나는 이게 서양판 '은교' 쯤 되는 줄 알았다. 
(그냥 '롤리타'라고 하면 될 걸 그랬나? 둘 다 안 봐서...- -;;)
그랬더니 아니었네. 지독한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콜린 퍼스의 연기력과 
탐미적인(?) 영상연출이 그려내는 감정이 일품인 영화.
그러나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서는 많은 궁금증이 남는 영화다. 
배우가 감정을 충분히 전해주고는 있지만 그의 사고방식이나 사연은 구체적으로 모르겠는 그런 거... 감정이나 정서는 넘치는데 심리는 모르겠는, 그저 충실히 '엿본' 듯한 그런 느낌...
그래서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얼핏 본 한 구절만으로도 영화의 감정선보다 훨씬 섬세한 심리가 펼쳐지는 인상을 받았기에. 

여하튼, 톰 포드는 유명한 디자이너란다.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ㅋㅋ)
그래서 탐미적이고 사치스러운 영상과 미술이 원작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는 듯한데, 아무것도 모르고 본 내게는 그래서 더 정갈하고 공허한 남자의 인생같이 보여서 별로 거슬리지 않았다. 여자의 커다란 눈이 그려진 가게 벽은 거슬렸는데, 아름답지도 않고 의미도 모르겠어서였다. 

콜린 퍼스의 수트 화보집이라 불리는 이 영화, 조지 역으로 그는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한다. 킹스 스피치의 국왕 조지가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안겨줬으니 유난히 조지와 인연이 깊은 분이네 ㅎㅎ
말더듬이 국왕도 좋았지만 싱글맨의 조지는 그냥 외로움이 뚝뚝 묻어나는 감정 그 자체다. 
상을 줘 마땅하다고 여겨지는 사뭇 다른 두 조지.
그 중에서도 싱글맨은 새벽에 보면 안 된다. 자야할 시간에 완전히 몰입해버려 날 샜엉 ㅠㅠ 

영화는 그리 길지 않지만 아주 느린 템포로 흘러간다. 
조지의 하루는 별로 특별할 것도 없어서 더욱 느리게 느껴지는데 감각적인 화면과 배우들의 연기가 이 느림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 
그렇게 감정이입해서 결말을 보고 나면 멘붕. 
이 이이이 이거 내가 받은 충격이 정당한 건지 황당한 건지 모르겠어!!! 
원작의 의미랄까 메시지가 뭔지는 대충 알겠는데, 이런 허무한 당혹감을 받아야 옳은지를 모르겠다. 
오늘을 살라고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도 꿈쩍 않고 과거에만 매여 또 하루를 보낸 조지가 마지막 순간 느낀 해방감과 '이 순간'. 그래서 다행이란 건지 더 슬프다는 건지, 허무하란 건지 안도하란 건지.................-_-a)))

결론적으로 복잡미묘한 영화. 
하지만 슬픔이 묻어나는 콜린퍼스를 보고 싶다면 강추. 니콜라스 홀트와 줄리안 무어는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