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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열차

자유, 평등, 박애

by 와옹 2016. 6. 3.

문득 인터넷을 보다가

옛날이 더 좋았는지 지금이 더 나은 세상인지 묻는 글을 보고

중드를 보면서 민주주의가 좋은 건지 공산주의가 좋은 건지 생각하다 보니

프랑스 혁명의 기치였던 저 세 단어가 참으로 절묘하다는 거... 

그리고 절대로 이루기 힘든 조합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평등,박애가 나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는데
민주주의의 제1가치는 자유이고 평등은 공산주의의 제1가치였단 말이지... 그리고 박애는 그 바탕에 깔려야 할 가치이고.

저건 불가능하잖아. 혁명 이후 난리 났던 것도 드디어 이해가 간다. 서로 생각이 얼마나 달랐겠어. 


자유를 추구하는 내심에는 나도 좋은 걸 누리고 싶다, 내가 위에 서고 싶다는 욕구가 있을 거 같다. 왜냐면, 사실 평등하면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거든. 그런데도 자유를 외치는 건, 더 높이 가고 싶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나는 그래서 공산주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빨갱이 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왜 사람의 능력을 제한하려고 하는지 폭력적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런 내게 6학년 때, 지금도 이름이 기억나는 남자 짝꿍이 "공산주의가 왜 나빠?"라고 태클을 걸었고 입심으로는 누구에게 져본 적 없는 내가 그 아이를 이길 수 없었던 것이(오히려 졌다는 기분이..)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고등학교 때 담임은 내가 대학 가서 데모에 앞장설 타입이라고 걱정했는데 정작 나는 데모를 피해다녔던 보수파 대학생이었다. 개혁을 하더라도 체제를 흔들진 않겠다는 나의 신념은 이 체제 안에서 높이 올라갈 거라는 희망과 야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생각은, 학벌주의가 팽배한 오늘의 무한경쟁사회에서 젊은 대학생들이 '공평'을 부르짖지 않는 이유일지 모른다. 현 체제에 맞춰 쌓아온 노력이 내 위치와 갈길을 가늠하게 해주는데 갑자기 나보다 못한 사람들과 뒤섞여 혼란스러워지기 싫은 마음. 그러나 나는 이제서야.. 다 같이 사는 방법을 택했어야 함을 느낀다. 개인적인 성취를 이루기에 이 세상은 이미 불공평했다는 걸 그땐 피부로 못 느꼈다. 느꼈더라도, "억울하면 네가 대장해."라는 방식을 따르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되어서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 이것 또한 얼마나 순진하고 폭력적인지... 그 생각이 바뀐 것은 사회가 그만큼 더 나빠졌기 때문일 거다. 

억압된 사회일 수록 사실은, 평등이 자유보다 소중하다. 미국의 노예해방운동을 자유의 대명사로 부르지만 과연 그 노예들이 원했던 게 자유일까? 설마. 그들이 바란 건 기본적인 인권, 남들과 같을 수 있는 평등이지 족쇄에서 풀려날 자유가 아니었을 거다. 자유로워봤자 대접받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니까. 노예해방이 자유라는 등식은 불평등을 당해보지 않은 자들의 관점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안타까운 것은 인간이란 족속이 무엇이듯 극한을 추구하고 만다는 점이다.

무한한 자유를, 또 무한한 평등을... 전자는 살벌한 무한경쟁과 자기 억압을 초래하고 후자는 침대 밖으로 나온 발을 잘라버리는 식의[각주:1] 집단적 억압에 이를 수밖에 없다. 아마 중국이 공산주의를 버리는 날이 온다면 그때가 세계전쟁이 일어나는 때가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든다. 세계가 지금 혼이 비정상[각주:2]이거든... 


결국 지난날이 좋았냐 요즘이 좋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타심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박애가 있는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라는 것, 지금의 나는 그것밖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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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블로그는 나처럼 정말 맥락 없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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