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하는 책정리지만
이번엔 아끼던 책들도 막 팔고 있다.
원래 아끼진 않지만 새것 같은 책들을 팔았는데
아낀다,가 미련으로 읽히는 순간 팔게 되더라.
팔려고 내놓은 것들도, 마음으론 이미 떠나보냈다.
아끼던 책인데 놀랍도록 식어버린 장르 넘버 원은 지적 허영류.
특히, 한때 엄청 사모았던 중세 시대 자료들이 더이상 흥미도 필요도 없어진 건 좀 쇼크였다. 흑흑.
조선시대 자료들도 실리적인 것 위주로 남길 듯하고. 근데 신화 자료들은 추억이 있어선지 매번 간직하게 된다. 이것도 언젠간 정리하겠지... 먼 훗날.
두번째는 소설인데, 장르소설과 장르소설 관련서가 1차 대상이고 수년간 안 읽은 평판 높은 세계문학들이 2차 대상.
그나마 고전이라 불리우는 소설들은 살아남고 있다.
세번째는 작법서, 이건 마구 줄쳐놔서 팔기도 버리기도 뭣해 한동안 끌어안고 갈 듯.
글쎄, 오래된 만화스토리작법 책을 버리려다 내용 보고 도로 집어넣었다니깐! ㅋㅋ 징그러운 작법서 ㅋㅋㅋ
책 정리를 하면 좋은 게, 뒷칸에 묻혀있던 책들을 오랜만에 보게 된다.
그중에도 버릴 게 많겠지만 지금은 그냥 반갑다.
오래 전 구입한 책들이 높은 타율로 살아남고 있는 걸 보면
최근 (도서정가제 전후로 1년쯤) 구매한 책들이 충동구매가 많았나 보다.
사은품을 모으기 위한
할인을 위한
상술을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산 책들이.
한때 내 방을 도서관으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다.
필요한 자료는 바로바로 찾을 수 있는
집이 무너질 정도의 장서를 꿈꾼 적도 있다.
자료로서의 도서관 기능은 제법 근사해져서, 회사에서 구입한 책과 겹치거나 레어급 자료가 필요한 순간에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책장에 없는 책만 도서관에서 빌리는 희열은 꽤 쏠쏠하지요.
하지만 그런 것도 이젠 그리 중요치 않다...
수집하는 기쁨이 예전 같지 않고, 이젠 좀 가벼워지고 싶다.
생각해보면 내 아무리 책이 넘쳐도 예전엔 전부 읽고 싶어서 샀다면
요즘엔 언젠가 읽을 책들로 책장을 채운 것 같아서. 그런 건 책이 아니다. 욕심이고 불안이고 미련이더라...
비워야지. 그래도 살 책들은 끝없이 이어지고
욕심도 필요도 끝없이 이어질 테니.
문득
내가 가진 짐들이 퍽도 많구나 깨닫는다.
짐이 아닌 것만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