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니 코키가 무려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을, 니노 포함 초호화 캐스팅으로 만든다는 사실에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건만! 문어발 초호화 캐스팅은 기대를 접는게 진리.
러닝타임이 1,2부 합쳐 5시간에 육박하니 지루하지 않을 수가 없다. 끝까지 보긴 했지만...ㅋㅋ
오리엔트 특급이라구!!! 다른 것도 아닌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은 다 까먹었는데 범인이 누군지는 읽었다면 기억이 안 날 수가 없고,
그런 상태에서 질문과 대답만으로 추리해가는 과정이 2시간 20분의 러닝타임에 담긴다는 건 무리, 무리무리무리!
러닝타임이 긴 만큼 1부에 범인이 밝혀지고 2부는 범행준비와 실행 과정을 비중있게 설명한다. 이 부분인 원작과 차별될 수 있는 지점일 거 같았고 좀더 심화된 사연을 기대했는데... 그냥 원작의 설정에 일본인의 옷을 입힌 정도인 듯?
뭐! 일부러 똑같이 했다 치자구요. 충실한 재현도 좋다 이거예요. 진짜 문제는 이 드라마에 코미디의 옷을 입히려 한 거니까.
난 미타니 상의 유머 감각 좋아하고, 이 드라마에 깔리는 명랑한 음악도 넘넘 내 취향이지만,
살인사건이랑 안 어울려.......ㅠㅠ
주인공 스구로(포와로)와 니노가 연기한 비서 역할이 딱 코미디에 어울리는 캐릭터로, 과장되고 연극적인 포와로의 어투나 오타쿠스런 비서 캐릭터가 슬픈 사연의 복수극 위를 겉돌며 날아다녔다. 천진난만한 안의 캐릭터도 그렇고.. 아마 발랄한 톤의 극을 만들고 싶었나 본데 그러기엔 다른 인물들이 너무너무 진지했어... 몇몇 캐릭터에서 느껴진 이러한 톤의 충돌은 극 후반에 묵직한 감동은커녕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미타니 상... 왜 그랬대요.
화면이랑 음악은 예뻤어요. 배우들도 예쁘고. 근데 오리엔트 특급을 돌려줘~~~.
(내가 아는 한에서는) 미타니 사단이라고 할만한 캐스팅이 별로 없어 신선했다.
포와로(노무라 만사이)와 경감, 의사. 이 셋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미타니 상의 <후루하타 닌자부로>처럼 지적인 가벼움이 있는데... 마츠시마 나나코로 옮겨 가면 또 너무 정극이고... 미타니 상 드라마와 고전적인 포와로 시리즈의 느낌이 물과 기름처럼 섞인 느낌이다. 근데 포와로에게서 후루하타의 향기를 느낀 건 나뿐? ;;;
근데 톤이고 뭐고 이 할배 앞에서는 아무 문제 아니더라. 이분이 배우로서 왜 그렇게 극찬을 받나 몰랐는데, 어떤 분위기에도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연기를 하시는 듯. 짧은 등장에도 안정감이 느껴졌다.
배우들은 다 연기 잘 하는 사람들이라 존재감은 발군이다. 캡쳐 안한 사람 중에 (카메오급으로) 사토 코이치, 키치세 미치코, 이시마루 칸지도 나온다. ㅋㅋ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느낌이지만, 소문난 잔치만으로도 즐겁긴 해. 그런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