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초반인데도 열풍의 조짐을 보이는 드라마 <미생>을 보며, 내 마음에 안 차는데도 재미있는 그 '무엇'이 대체 뭘까 궁금했다. 그 대답이 있는 토크 잉여싸롱. 이건 무슨 프로지? 처음 봤는데 꽤 깊이 있는 지적들을 한다.
"점심시간 쏟아져나오는 직장인들 하나하나에게 색칠을 해주고 싶었다."는 윤태호 작가의 말... 멋있구나. 캬...
만화가 바둑을 통해 직장생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성찰을 이야기한다면 드라마는 좀더 현실에 들어가서 그들을 대변하고 위로하는 찬가로 바뀌었다. 만화가 현실에 기반한 이상을 추구했다면 드라마는 불편한 현실 안으로 들어가 어깨를 두드리는 식이다. 그리고 위 영상에서도 말하듯이 그런 위로가 전쟁같은 일터를 수긍하고 미화하는("정규직이 곧 판타지가 되는") 면도 있다는 게 내가 불만스러운 지점이다. (많이들 공감한 대사 "당신이 술맛을 알아?"같은 거 그냥 훅 던지고 말면 좋았쟈나~ 나 캬~하다가 으...했잖아. 얼굴 찌그러졌쟈나..)
하지만 엔딩을 보기 전까지 시청자들은 공감과 위로면 충분한 것 같다. 초반부터 이야기의 전체적인 방향을 가늠하고 우려하고 불만스러워하는 건 극히 일부의 (잉여?ㅋㅋ)계층일 뿐. 설령 내 우려대로 드라마가 끝난다 해도 시청자가 느끼는 건 약간의 아쉬움 정도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또, 보수적인 것과 소시민에 대한 찬가가 종이 한장 차이란 것도 느낀다.
잉여싸롱 말미에서도 언급하는 <유나의 거리>와의 비교는 드라마 <미생>이 유의할 지점같다. 벌써부터 직장인의 애환을 부각시키려고 직장 밖의 세계를 부수적으로 (때로 행복하다는 가면을 쓴 짐처럼) 그리는 장면들이 스쳐지나간다. 드라마가 폭발적인 힘을 가지면 가질수록 우려되는 부분이다. 치열한 일터가 우선순위가 되고 그 시스템에 굴종하며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애쓰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못한데 은연중에 그런 판타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미리부터 이런 말을 하는 건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더 많으니까,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니 뭐 내 말이 안 들리겠지만, 그러거나말거나. -_-
위 영상에서 가장 놀란 뒷얘기는
김동식 대리가 <더 테러 라이브>의 협박범 목소리였다는 사실!! 으하하~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상사들이 자기가 오과장인 줄 안다는 말엔 어제 들은 직장상사 얘기가 훌륭하게 오버랩되는구나ㅋㅋㅋ 오과장은 판타지에 양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