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각본감독 우디 알렌
출연 케이트 블란쳇(재스민 역), 알렉 볼드윈(할 역), 샐리 홉킨스(진저 역), 바비 카나베일(칠리 역) 외
곰곰 생각해 봤는데...
난생 처음 본 우디 알렌 영화 같다.
우디 알렌이 그렇게 유명한데도 제대로 본 작품이 하나도 없네...하드에 모셔두기만 했지.
여하튼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홍차양이 추천한 영화로, 보는 내내 '괜찮긴 한데 추천할 정돈가...' 했던 의구심이 극 후반에 가서 미소로 바뀌었다.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아주 멋지다. 진짜 신경쇠약환자 같아...;ㅁ; 진저도 칠리도 다 진짜로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이고, 연기가 참 자연스럽다.
이 영화, 하필이면 우디 알렌 특유의 유머감각이 별로 없는 작품이라고 한다. 근데도 묘하게 비틀린 -근데 비틀리지 않은- 감독의 시선 자체가 냉소적인 유머 같다. 비틀린 걸 비트니까 정상적인 느낌? 약간 (역시 제대로 본 작품이 드문) 홍상수의 영화랑 비슷한 듯. 뭔 소릴 하는 건가...하고 보다가 나중에야 "이런 얘길 하려고 했군!" 웃게 되는... 그러면서 아주 리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약간 연극 같은 느낌도 드는 작품이었다.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라면 '허상'이나 '속물' 같은 게 아닐까. 곧죽어도 우아한 척 뜬구름 잡는 속물적인 재스민과 그녀를 둘러싼 또다른 속물적인 사람들, 심지어 관객까지 모두가 속물이 되어볼 수 있으니! 감독이 우리 의식에 무심코 자리하는 '우아함=상류층(더군다나 사회기부까지 한다면!)' '천박함=하류층'이라는 편견을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듯, 등장인물들에 대한 판단은 영화를 보는 내내 엎치락뒤치락하고 뒤로 갈수록 재스민을 뺀 나머지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비난의 한가운데에 있는 민폐덩어리 재스민을 미워할 수 있느냐하면, 그런 처지의 여자에게 무자비할 수도 없는 것이다... 결국, 등장인물 모두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인생 자체에.
이런 이야기를 꾸릴 수 있다는 것은 역시 대단하네. 우디 알렌이란 이름값이 괜히 생긴 게 아닌가보다.
그리고 그의 인생역정(사랑-결혼-바람-이혼)에서 비롯되었을 사랑과 바람에 대한 통찰은 슬쩍 자기비판을 담고 있어서 더 냉소적이다. 씁쓸하기만 한 것도 우울하기만 한 것도 아닌, 블루 재스민에 관한 이야기. 응, 괜찮네. 괜찮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