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한 기도가 효력을 발휘하는 기분이다.
초딩 때 캔디캔디를 보고 감명받아
신께 주근깨를 주세요 했더니 진짜 생겼다.
대딩 땐가, 고생 끝에 어느 정도 성공한 사촌언니의 조금 서운한 과시를 보면서
나는 올챙이적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했더니 여태 올챙이다.
한번 개구리가 된 듯했으나 요지부동. 이번에야말로, 이제는 됐겠지 싶은 때에도 계속 튀어오르지를 못한다.
여러가지 생각이 지나간 후 매번 드는 생각은 어릴 때의 기도.
아직은 성공할 때가 아닌가요?
벌써 잘 되면 안하무인이 되는 건가요?
보이지 않는 신에게 투덜거린다.
에이씨 마음이 깨끗할 때 아무것도 빌지 말 걸...
그냥 적당히 잘 살게 해달라고 빌 걸...
남자도 좀 빌어볼 걸 그랬나...
뭐 그런.
신이 있어서 내 기도를 들어주는 게 아니라면
그 때의 마음이 내 인생을 꽉 잡고 있다는 거겠지.
잘 생각해보면 좀더 손쉽게 헤쳐나갈 요령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것은 싫었으니까.
순수했던 시절의 기도란 무서운 거구나, 신이 있든 없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