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oom.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0917050029
논란이 일고 있는 드라마 [다섯손가락]과 소설 [살인광시곡] 사이의 표절 공방을 보며
또 옛날 일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백일장에 소설을 써냈는데 작문을 돌려주면서 선생님이 나와 또 한 친구를 앞으로 불러냈다.
그 친구와 내 작문이 거의 똑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누가 누구 걸 보고 썼니? 라는 질문에 우리 둘은 펄쩍 뛰었는데, 자리도 컨닝할 정도로 가깝지 않고 서로 잘 알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우린 둘 다 상대가 베끼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했고, 사람이 이렇게 비슷한 이야길 동시에 지어낼 수도 있구나... 놀랍고 신기했다. (그래놓고 아무도 상을 타지 못했다는 거에 창피해할 정도로 순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비슷해서 배제된 건데... 걔도 나도 초2 수준의 작문실력이 아니었다니깐!!! 믿거나 말거나...)
그걸 계기로 그 아이와 친해졌는데, 이런 저런 얘길 나누다보니 의외로 취향이 달라서 그게 또 놀라웠던 기억.
표절 논란이 일 때마다 나는 저 날을 떠올린다.
어쩌면 이번 사건도 저런 공교로운 일치일 수 있다.
(애들 작문보다 몇곱절 길고 복잡한 이야기가 저토록 비슷할 수 있는 확률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두고...)
하지만 그럴 경우, "아니니까 그만"이라고 넘어가도 되는 걸까?
초등학생 작문도 아니고 각자 영리를 취하는 상업적 작품에서 시청자를 배려한다면
적어도 문제제기가 된 시점에서 지나친 유사성을 피해 갔어야 하는 것 아니냔 거다.
방송후에 알았다 해도 적어도 진상조사를 거쳐 해명은 해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다.
우연의 일치 따윈 내 책임이 아니다 하고 법정에 가든말든! 이런 태도로 나오는 건
창작 이전에 문화를 소구하는 대상에 대한 무례다.
상업성이니 대중성이니 하는 핑계로 판에 박은 이야기를 찍어내면서 "하늘 아래 다른 이야기는 없다" 이런 얘기나 읊어대는 것은 창작에 대한 비겁이고 모욕이다. 표절을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악용해 한끝 차이인 이야기들을 찍어내는 드라마판... 적어도 더 잘할 자신이 없다면 제발 그러지 말자.
스브스와 제작진은 당장 맑고 깨끗하고 자신있게 입장 표명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