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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열차

모든 건 마음 탓

by 와옹 2012. 5. 23.

이사가 결정되고 무척 기분이 좋았다.
이제 모든게 술술 풀릴 것만 같고 북한산 기운에 해돋이까지 볼 수 있는 집을 구해 정말 씐났었다.

그런데.
좋은 일에서 좋지않은 면을 기가 막히게 포착하시는 오마니께서, 어떤 헛헛함을 토로하신 거다.
그 얘길 듣고 나니 이미 예상도 했고 꽤 포기한 부분인데도 기분이 쭈욱 가라앉았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하늘을 날다가도 금세 추락한다.
마음가짐이란 그렇게 무서운 것. 긍정성이 필요한 것은 그래서다.
최근 무책임한 긍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고 나도 그런 건 엄청 싫다. 그런데도 내가 늘 긍정적이란 소릴 듣는 건,
기대치가 낮기 때문이다. 
사람의 호의는 제 이익을 감싸고 온다.
그래서 제 이익이 없을 때도 호의를 베푸는 사람을 선량하다고 하지만, 그것도 '상식 수준'이라는 한계가 있는 법. 한없는 호의가 있다면, 반드시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익이 정신적인 것이면 영혼의 동반자니 정신의 자양분이니 멘토니 고상한 소릴 듣지만 금전적인 것이면 천박하다고 멸시받는 차이는 있다. 뭐가 됐든 인생은 베푼 것보다 덜 받게 돼있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쁠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 건강에 좋다.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힘이 생기니까다.
맹목적인 긍정(정면돌파 안 하면서 다 잘될 거라 믿는 거대한 착각)은 절벽 앞으로 나아간다는 단서가 붙긴 해도 나아간다는 점에선 똑같다.
그러니까 매사에 늘 좋은 쪽을 보도록 해야 한다.
어차피 나쁠 거거든.
그러니까 좋은 쪽도 있다는 걸 '안다'는 게 중요하다. 
모든 일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뒤섞여 있으니까, 누군가 자신의 이익에 호의를 덧씌워 유도한 일을 굳이 끄집어내 마음 상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그냥 '알면' 된다. 기대나 실망이나 염려 같은 감정을 넣지 말고.

그러나 해탈과 열반의 경지가 아닌 한 감정을 넣지 않은 '앎'이라니, 그게 어디 쉽나. 
아마 하다하다 마음을 다친 인간들이 찾아낸 도피처가 예술인 것 같다. 모든 아픔을 경험으로 걸러내는 창작이라는 해우소가 없었다면 난 지금보다 부정적이었을 거다.
그러니 미안. 끝끝내 마음을 다친 분들은 예술을 해보시길. 음악이든 그림이든 춤이든 글이든. 그것 외의 풀 데를 나는 모르니까. 아 이럼, 궁극의 긍정=예술인가? 푸헷.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