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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열차

잔소리가 늘고 있어

by 와옹 2012. 4. 6.

악. 또 잔소리를 했다.
점점 노파심 투성이의 중년이 되어가고 있어... 하지 말아야지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는 원래 냉소적인 인간. 머피의 법칙 추종자다. (무한 긍정주의 시크릿 교도이기도 하지만, 이건 선택적으루..)
'안 될 가능성이 하나라도 있으면 반드시 안 된다'는 우울한 법칙. ㅋㅋ
근데 이 우울이 바닥을 파면 오히려 긍정적이 된다니까.

최근 읽고 있는 <피로 사회>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나온다.
적을 몸속에 넣어 적을 퇴치하는 예방주사처럼, 기존의 세계는 분명한 적과 이질성에 대항하는 면역학적 시대였다.
독재(부정성)는 나쁜 거야(부정함)! 처럼 밀어냄으로써 자신은 건강해지는 뭐 그런 시대였다면
지금은 동질로 가득한 평화 시대, 위아더월드 지구촌 가족 시대,
뭐든지 하면 된다는 긍정주의가 과잉되어 자기계발이라는 미명하에 스스로를 착취하는 시대란다.
자신이 가해자이며 피해자이기 때문에 신경증적인 병이(우울증을 필두로) 창궐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란 것.

그래서 무한히 긍정의 쳇바퀴만 돌리고 있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잔소리가 나온다.
인생은 미래는 결코 해피하지 않아. 더욱 나빠질 거야. 지금 이 상태가 계속 갈 것 같아? 반드시 더 나빠져.
열심히만 하면 잘 된다고? 그런 시대는 갔어. 열심히 '잘' 해야지.등등...

나의 긍정주의는 이렇게 냉소의 바닥을 한껏 판 후에, 뭐~ 나만 그런 게 아니니까 실망하지 말자는 데서 출발한다.
포기하고 기대하지 않으면 불로소득에(사실은 노력의 댓가) 감사하게 되니까.
꼭 목표한 길이 아니더라도 샛길로 빠졌다가 더 좋은 곳에 이를 수도 있는 거니까 포기할 땐 하자고,
언젠가 지루한 일상에 정착하게 된다면 그것 또한 여행의 하나로 즐기자고 생각한다.

나는 흘러가고 있다. 이런 인간이 누군가에게 잔소리를 할 깜냥은 아닌지도 모른다.
하지만 흘러가면서 주위를 본다. 내가 붙잡아야 할 바위가 있는지 저걸 잡을지 말지, 같이 흘러가는 인간들과 뭍의 인간들하고 대화하며 내 인생의 강물에서 어느 걸 잡을지 생각은 하면서 흘러간다.
내가 잡을 수 있는 것만 잡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하라는 타박도 듣는다.
하지만 난
에너지가 그것뿐인 걸. 그러니 지나온 길에 후회도 없다.

오직 후회가 있다면, 좀더 많은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것. 사람들과 눈 한번 더 맞추지 못한 것뿐.
인생이란 건 참 별 게 아니다.
지금 내 주위에 있는 나를 좋아하고 걱정해주는 사람들,
그게 인생이다.
파랑새 따윈 없어. 지금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12년을 덜 산 아이에게 지금의 내 깨달음을 말해봐야 소용 없을 텐데
자꾸 잔소리를 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