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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공연.예술

君と見る千の夢

by 와옹 2011. 12. 12.
너와 꿈꾸는 천가지 꿈 君と見る千の夢 (2010)
2010. 5. 2~ 24일 도쿄 글로브좌 공연
각본 : 가네코 아리사
연출 : 후지타 토모코


←요 얄궂은 포스터로 화제였던 (갠적으론 그래서 부끄러웠던;;) 아이바 마사키 주연의 연극.
다 보고 나서도 저 포스터는 미끼, 떡밥, 의미불명.


한참 전에 받아놓고 자막을 발견한 이제서야 보았다. 앞부분이 영 식상해서 조금 보고 꺼야지 했는데 워낙 좋아하는 소재라... 아, 유치해. 시끄러워. 어수선해. 연기들 쫌! 이러면서도 야금야금 보다가 중반 이후 완전 몰입, 끝엔 눈물 날 뻔한 연극.

음... 일단 자막은 참 중요해... (제작자 두분께 감사를! ㅜ.ㅜ)


스토리는,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하루야가 사고가 나기까지의 상황을 회상해 가는 형식으로,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젊은이들의 사랑, 그리고 넓은 의미의 가족과 삶의 희망을 다룬다.


초반의 엉성함에 비해 중후반 이후의 스토리가 흡인력 있어서 결말에 이르렀을 땐 마음이 아팠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리얼리티로 삶과 죽음, 꿈에 관해 이야기한다. 각본의 가네코 아리사가 어쩐지 낯익어 찾아봤더니, 드라마 <그것은 갑자기 폭풍처럼>을 쓴 사람이네. 그 드라마도 오글거리는 외양에 비해 현실감 있고 괜찮았는데. (일본 드라마나 연극은 종종, 초반에 유치하다 작위적이다 싶을만한 오글오글 장치들을 던져놓고 후반에 그걸 잘 거둬들여 기본 이상을 하는데, 가네코 아리사도 그런 느낌이 있다.)


근데 여배우들이 너무 시끄러워서.......>ㅁ< 여주인공인 미치코 역의 우에하라 미사는 인간적으로 아이바보다 연기 못함! 여동생 역으로 나온 배우도 별로고, 그나마 연배 있는 중장년 배우들이 안정감 있을 뿐. 젊은 배우들이 이토록 소음 일색인데는 연출의 책임이 큰 것 같다. 아 진짜 중간까지는 저런 여자 캐릭 완전 매력 없어! 캐릭터도 연기도 천편일률적이야! 우와, 시끄러~~~! 이러면서 봤다. 아우... 

아이바가 연기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여기선 문자 그대로 열연.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가 비교적 안정되게 나왔고. 2시간 반 내내 주인공 대사량이 무지 많아(때때로 원맨쇼 같을 정도) 잘한다 못한다 이전에 "힘들었겠다!"가 먼저 떠오르는 연기. (그래서 처음엔 불편했...) 

[황색눈물] 당시 이누도 잇신 감독이 아이바 연기를 '서툴어 보인다'라고 표현했는데, 그땐 말 참 희한하게 한다고 서툴면 서툰 거지 서툴어 보이는 건 뭐냐고 딴죽거렸다. 근데........ 이 연극 보면 딱 그 느낌. 연기가 '서툴어 보여'!!!!!!! 정말 저러기도 쉽지 않다. 연기를 진정성과 기술로 나눌 때, 두가지는 어느 정도 비슷하게 가기 마련인데 근데 얘는, 진정성이 기술을 훌쩍 앞선다. 능수능란한 느낌은 전혀 없다. 정말이지 가슴 졸이며 봤다니까.


그리 큰 사건도 없고 내용도 사실 뻔하고. 새로운 시도도 세련미도 독특한 색깔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 뻔한 얘기를 파고드는 힘이 좋았으며 삶과 죽음과 꿈과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았다. 결국 메시지는 그거다. 포기하지 마라. 어떤 삶이라도 좋으니 힘껏 살아라. (결국은 이런 스토리의 주제는 다 똑같지 뭐) 그래도 그 메시지의 전개방식이 훌륭했고 솔직히 아이바 연기가 60%는 먹어줬다. 정말 신기한게 서툰데도 눈을 뗄 수 없다. (자막 덕일까? ㅎㅎ) 한달 반 준비한 공연이라는데... 아, 정말 대단하다. 언제 그 스케쥴에서 저걸 다 소화하고... 감탄 감탄.


팬이라면 대만족.
팬 아니면................으음. (책임 안 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