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 127분
액션, 스릴러, 일본
원작 하나자와 켄고 作 만화<아이 엠 어 히어로>
감독 사토 신스케
출연 오오이즈미 요, 아리무라 카스미, 나가사와 마사미, 요시자와 히사시
한마디로... : 영화 <배터리>와 <미스트>가 연상되는 좀비물. 이름만 영웅인 히데오가 조큔에게 물린 여고생을 데리고 안전지대 후지산으로 향하는 여정 중에 진짜로 영웅이 된 건지 뭔지... 된 거라고 계속 히어로 히어로 주입은 하는데 난 동의 못하겠고...-_-;;
<부산행>이 재난 영화 같았다면 <아이 엠 어 히어로>는 확실한 좀비물이다. 아주 피칠갑을 한다.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황금 무슨 상 먹었다는데 (까마귀랜다..) 글쎄 좀 이해 안 된다. <부산행>보다 쪼는 맛이 더 있긴 하다. 고로, 좀비물 싫어하는 나에겐 더욱 마이너스 요인. -_-
영화는 너무나 익숙한 좀비물 구조에 너무나 익숙한 일본식 영웅 각성 클리셰로 점철됐다. *이하, 스포 신경 안 쓰고 막 쓰니 주의*
특이한 점이라면 아리무라 카스미가 연기한 히로미가 조큔(좀비)에 물리고도 -모유수유로 감염된 갓난 아기한테 물렸대 ㅋㅋㅋ- 죽지 않은 것, 그래서 고양이 같은 느낌으로(가끔 주인도 구해주는) 변한 것, 그리고 조큔이란 것들이 좀비와 달리 죽었을 때의 말과 행동을 반복하며 그 시간에 갇혀 있다는 것 정도다.
근데 부산행의 일부 설정과 이 영화의 조큔 설정이 나도 생각했던 것이라(잠깐 참여했던 작업에서..) 개인적으로 새롭지 않았다. 아리무라 카스미의 반인반조큔으로서의 괴력은 보지도 않은 <최종병기 그녀>를 떠올리게 하고. 하지만 보통은 신선하게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점들을 제외하고 보면 뒷맛이 떨떠름한 전형적인 일본 스토리다.
특히 이런 가공할 죽음에 맞서는 스토리는 하나같이 찌질한 약자가 먼치킨 되는 이야긴데, 그 과정에서 폭력을 대하는 방식이 상당히 껄끄럽다. 살기 위해 학살하는.... -_- 너무 일본스러워 질림. 얘네들은 폭력 유전자가 내재되어 있는 게(적어도 이런 거 그리고 창작하는 사람들에겐 그런 유전자가 대물림되고 있는 게) 틀림없는 거 같다...
어떤 블로거는 무기력한 주인공이 일본을 상징하며 총포법을 지키느라 쏘지 못하는 산탄총이 자위대를 암시해, 타인의 요청을 받아 살상무력을 펼치는 것에 대한 욕망을 내비치고 있다고 분석했는데, 그 말이 참 맞는 것 같다. 적어도 이런 류의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거의 다 극우 언저리의 보수파들이 많았던 듯...
반면에 영화적으로 그닥 좀비물이라 생각되지 않는 <부산행>은 철저히 희생적인 사투를 보인다. 영화의 주제도 쓰레기는 죽여도 돼,가 아니고 살아남아서(살아남겨서)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논조다.
두 영화 다 연약한 피해자의 극복기를 그리고 있으나, 진짜 피해자와 무늬만 피해자인 나라의 극복 방식이 또 세계관이 얼마나 다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살기 위해 남을 죽여도 된다는 일본과 살기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한국....
이 영화 때문에 <부산행>에 대한 호감도가 +1 상승하였습니다.
피칠갑 액션을 좋아한다면 추천, 싫어한다면 비추!
위에 언급한 <배터리>와 <미스트>는 심오한 주제가 이 영화에 비할 수 없으니, 딱히 액션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그쪽을 추천.
그냥 <터널>이나 볼 걸222222...........ㅠ.ㅠ
덧) 알고 보니 <28일후>의 기본여정과 <28주후>의 보균자 설정을 그대로 따 온 영화더라... 헐. 새로운 건 보균자의 괴력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