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대학 (2004/일본)
주연 : 야쿠쇼 코지, 이나가키 고로
요놈은 내가 본 '대본을 소재로 한 영화' 가운데 최고다.
작가는 '웰컴 Mr.맥도날드'로 국내에 알려진 미타니 코우키. (드라마 신선조!! 작가)
연출과 음악은 채플린 영화랑 닮았다. 자막이나 반복되는 장면 등의 수법이.. 일부러 의도한 듯.
줄거리는 이렇다. 극단 '웃음의 대학' 소속 희극작가(겸 연출) 츠바키는 신작공연의 검열로 경시청을 드나들며 대본을 수차례 수정한다. (이게 내용의 전부다;;)
츠바키는 지나치게 엄격한 검열에 괴로워하지만 결과적으로 작품은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더불어 검열관도 조금씩 웃음의 포인트를 알아가고... 결국 공연의 허가를 따내면서, 작가의 승리~!
...로 끝나진 않는다.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조금 더 작가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끝난다.
이야기의 주 무대는 이곳. 중요한 이야기는 이 곳에서, 이 두 사람에 의해 벌어진다.
연극을 보는 듯 하지만 답답하지 않다.
연극을 보는 듯 하지만 답답하지 않다.
웰컴..때도 감탄했지만 웃음의 대학은 한수 위. 인원도 공간도 더욱 협소해졌고 군더더기도 줄었다.
단 둘이 끌어가는 이야기인데도 작은 반전까지 있어 드라마적으로도 훌륭하고, 무엇보다도 이건... 글 쓰는 사람이라면 페이소스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밖에 없을 듯.
'이게 어디가 재미있는 겁니까'
저런 질문 받으면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다...ㅠ_ㅠ
저런 질문 받으면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다...ㅠ_ㅠ
나도 그런 질문에 설명하려고 애쓴 적이 있다... 아마 글을 쓰는 한 계속 부딪힐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최근에도 한번 있었는데 설득하기 귀찮아서 그냥 빼버렸다. 자신의 글에 대해서, 특히 웃음의 포인트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는 건 정말 힘들고 괴롭다.
그런데, 이나가키 고로가 연기한 츠바키(작가 겸 연출가)는 정말로 열심히 설명한다.
반성이 될 정도로 세심하게, 잘, 설명하지만 검열관은 절대 넘어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짜증나고 괴로운 대화에서 번뜩이는 영감을 얻기도 한다.
'이건 저희 세계에서는 잘 써먹는 수법이에요.'
'다년간의 경험으로 아는데 이 부분에선 분명 폭소예요.'
이 말까지 나오면 벼랑 끝에 몰린 것이다. 더 설명할 말이 없을 때 내미는 카드라고..
그 마지막 카드도 부질없이 벼랑 아래로 떠밀렸을 때, 그것이 뜻밖에 멋진 발상의 전환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이거야말로 창작의 묘미라는 말로는 부족한 엄청난 축복이다! ㅠㅁㅠ만세~
하여간 보는 내내, 고로의 연기에 대공감이었다. 피디에게 대본을 집어던지는 인어아가씨나 김수현씨같은 자존심 강한 작가들을 보면서 괴리감을 느꼈던 나같은 사람에겐, 츠바키 쪽이 훨씬 와 닿았다. 물론 굉장히 과장된 소심 캐릭터지만^^ 그 소박함 만큼은 현실적이라고 느낀다. (나만 그런가?)
하여간, 미타니 월드라고 불릴 정도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이 작가, 과연 대단한 데가 있다.
무엇보다 그 왕성한 집필력...^^;
잔잔하지만 재미있고, 글쟁이의 애환을 엿볼 수 있는.. 추천하고픈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