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매료되는 이야기가 있다.
전혀 내 취향이 아니고 대체 왜 이런 얘기를 만드는지도 모르겠는데 가슴이 찡하고 울리면 참 당황스럽다.
철콘 근크리트가 그런 애니메이션이다.
('철근 콘크리트'의 유아적 오기誤記)
원작 만화가 일본 역사상 최고의 만화 50선에 드는 작품이라기에 덜컥 샀었다. 1권만 보고 묵혀두었다가 한참만에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 다시 나머지를 읽었다. 만화책 쪽이 조금 더 친절하지만, 기본적으로 애니와 거의 똑같다. 정말 놀랄만큼 원작을 충실히 재현했다.
그림체는 색깔을 포함해 원작만화가 훨씬 어둡다. 스타일 자체가 삭막하고 어둡다. 그걸 애니메이션에서는 화려하고 산만하지만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했다. 특히 시로의 환상씬이나 쿠로-족제비의 씬이 대단히 멋지게 그려졌다. 에바 마지막회의 심리씬 같은 느낌도 준다.
아주 단순하게 이해하면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로(白)와 쿠로(黑). 둘은 영혼의 짝 같은 친구이고 각박한 세상에서 어른들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폭력과 단순한 소유욕, 이기적인 정의감이 아이들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끝까지 보다보면 둘은 결국 하나라는 느낌이 든다. 사람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선과 악의 의인화랄까.
등장인물들은 상징적인 이름을 갖는데 '생쥐'라던가 '뱀', 단역이지만 요루(夜)와 아사(朝)가 그렇다. 또 애니메이션에서는 코끼리 이미지가 빈번히 나오는데 힌두 신화의 가네샤를 떠올리게 한다. 악의 근본을 상징하는 '족제비'가 황소의 탈을 쓴 것도 살며시 시바신을 연상시키고. (하지만 딱 떠오르는 건 아니고, 왜 하필 소대가리?냐는 의문에 혹시나 하고....) 만화책에서는 오히려 성서를 연상시키는 장치가 많다. 뱀의 유혹이라던가 노아의 방주라던가 믿는 자가 구원된다는 말 등등. 다만 '뱀'의 대사에서 자기들은 신의 대리인이라고, 파괴와 탄생(창조)은 같은 거라고 말하는 대목은 한 손으로는 창조를 하고 다른 손으로는 파괴를 한다는 시바신이 떠오른다. 또 시로가 코끼리를 타는 장면도 휙 지나가는데,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악을 무찌른 영웅신 인드라가 코끼리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기무라의 입장에서 보면 부친(친부는 아니지만)살해의 모티브도 들어있고 이것저것 다양한 상징으로 점철되어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모든 상징을 일일이 탐구하고 싶지는 않다.
코끼리끼리끼리..
모호하면 모호한 대로, 불친절하면 불친절한 대로, 이 애니메이션은 묘한 공감의 능력을 발휘한다.
쿠로와 시로가 위기를 맞았을 땐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혼났다. 대충 대충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이야기의 힘은 도대체 뭘까 당황스러웠다. 취향이 아닌데도, 무시할 수 없는 작품성이 있다.
쿠로와 시로의 목소리를 맡은 니노미야 카즈나리와 아오이 유우의 연기가 뛰어났기 때문인 것도 같다. 츠키이치고로의 절찬을 받을만 했다. 특히 아오이 유우의 시로는 정말 독특~! 두 사람의 목소리나 말투가 상당히 역과 잘 어울려, 허무하기도 하고 자조적이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한 느낌을 빚어냈다.
시로와 쿠로.
하지만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이걸 재미있다고 하면 돌 맞는다!
나는 보는 내내 '일본 사람들은 왜 이렇게 피폐한 얘기들을 만들어내고 환호할까...'하는 찝찝함을 떨치지 못하겠더라. 한편으로는 같은 전쟁을 겪었는데도 오히려 일본인들이 피해자의 의식이 더 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화 [총몽]도 그렇지만 [철콘 근크리트]에서 그리는 거리의 이미지도 비주얼이 꼭 전후의 일본사회를 연상케 해서, 달아날 곳 없는 섬나라의 폐쇄적인 절망감이랄까... 그런게 많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총몽]과 더불어 디스토피아의 끝장을 그린 느낌?
뭉크의 절규 아톰과 왕눈이? ^^ 야매 명의는 블랙잭..ㅋㅋ 이 뭐꼬? ㅋㅋㅋ 이런게 의외로 많음.
그래서 결국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하면 선과 악의 균형을 잘 유지하자 뭐 그런 거다. 악으로 가득한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악이 되는 수밖에 없겠지만, 그곳을 탈출해서라도 선을 추구해라 뭐 그런 거.... 사람은 서로 기대고 살아야 한다 그런 메시지도 풍기고... 하지만 그런 거 다 떠나서 그냥,
시로와 쿠로는 함께여야 가장 행복하다는 것.
그냥 그 둘이 행복해지길 바라면서 봐도 되지 않을까?
아주 단순하게 얘기하면 그런 이야기다.
그리고 매우 스타일리쉬하고 화면전환이 좋은 애니메이션.
나의 감상은..............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아아, 꽤나 칙칙했어. 엔딩 크레딧에서 치유될 줄은 또 몰랐네! ^-^
시로의 환상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눈을 부릅뜨고 보자! 쿠로와 족제비의 씬 여기도 코끼리. 근데 이거 장면마다 조형물이 달라지는 듯...? 언제는 개구리던데...
영상 언어가 매우매우매우 섬세한 애니메이션!
매니악한 '작품'이 보고 싶다면 추천.
가볍게 기분전환용으로는 비추.
이런 스토리가 싫은데도 불구하고
★★★★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매료되는 이야기가 있다.
전혀 내 취향이 아니고 대체 왜 이런 얘기를 만드는지도 모르겠는데 가슴이 찡하고 울리면 참 당황스럽다.
철콘 근크리트가 그런 애니메이션이다.
('철근 콘크리트'의 유아적 오기誤記)
원작 만화가 일본 역사상 최고의 만화 50선에 드는 작품이라기에 덜컥 샀었다. 1권만 보고 묵혀두었다가 한참만에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 다시 나머지를 읽었다. 만화책 쪽이 조금 더 친절하지만, 기본적으로 애니와 거의 똑같다. 정말 놀랄만큼 원작을 충실히 재현했다.
그림체는 색깔을 포함해 원작만화가 훨씬 어둡다. 스타일 자체가 삭막하고 어둡다. 그걸 애니메이션에서는 화려하고 산만하지만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했다. 특히 시로의 환상씬이나 쿠로-족제비의 씬이 대단히 멋지게 그려졌다. 에바 마지막회의 심리씬 같은 느낌도 준다.
아주 단순하게 이해하면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로(白)와 쿠로(黑). 둘은 영혼의 짝 같은 친구이고 각박한 세상에서 어른들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폭력과 단순한 소유욕, 이기적인 정의감이 아이들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끝까지 보다보면 둘은 결국 하나라는 느낌이 든다. 사람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선과 악의 의인화랄까.
등장인물들은 상징적인 이름을 갖는데 '생쥐'라던가 '뱀', 단역이지만 요루(夜)와 아사(朝)가 그렇다. 또 애니메이션에서는 코끼리 이미지가 빈번히 나오는데 힌두 신화의 가네샤를 떠올리게 한다. 악의 근본을 상징하는 '족제비'가 황소의 탈을 쓴 것도 살며시 시바신을 연상시키고. (하지만 딱 떠오르는 건 아니고, 왜 하필 소대가리?냐는 의문에 혹시나 하고....) 만화책에서는 오히려 성서를 연상시키는 장치가 많다. 뱀의 유혹이라던가 노아의 방주라던가 믿는 자가 구원된다는 말 등등. 다만 '뱀'의 대사에서 자기들은 신의 대리인이라고, 파괴와 탄생(창조)은 같은 거라고 말하는 대목은 한 손으로는 창조를 하고 다른 손으로는 파괴를 한다는 시바신이 떠오른다. 또 시로가 코끼리를 타는 장면도 휙 지나가는데,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악을 무찌른 영웅신 인드라가 코끼리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기무라의 입장에서 보면 부친(친부는 아니지만)살해의 모티브도 들어있고 이것저것 다양한 상징으로 점철되어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모든 상징을 일일이 탐구하고 싶지는 않다.
코끼리끼리끼리..
모호하면 모호한 대로, 불친절하면 불친절한 대로, 이 애니메이션은 묘한 공감의 능력을 발휘한다.
쿠로와 시로가 위기를 맞았을 땐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혼났다. 대충 대충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이야기의 힘은 도대체 뭘까 당황스러웠다. 취향이 아닌데도, 무시할 수 없는 작품성이 있다.
쿠로와 시로의 목소리를 맡은 니노미야 카즈나리와 아오이 유우의 연기가 뛰어났기 때문인 것도 같다. 츠키이치고로의 절찬을 받을만 했다. 특히 아오이 유우의 시로는 정말 독특~! 두 사람의 목소리나 말투가 상당히 역과 잘 어울려, 허무하기도 하고 자조적이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한 느낌을 빚어냈다.
시로와 쿠로.
하지만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이걸 재미있다고 하면 돌 맞는다!
나는 보는 내내 '일본 사람들은 왜 이렇게 피폐한 얘기들을 만들어내고 환호할까...'하는 찝찝함을 떨치지 못하겠더라. 한편으로는 같은 전쟁을 겪었는데도 오히려 일본인들이 피해자의 의식이 더 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화 [총몽]도 그렇지만 [철콘 근크리트]에서 그리는 거리의 이미지도 비주얼이 꼭 전후의 일본사회를 연상케 해서, 달아날 곳 없는 섬나라의 폐쇄적인 절망감이랄까... 그런게 많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총몽]과 더불어 디스토피아의 끝장을 그린 느낌?
뭉크의 절규 아톰과 왕눈이? ^^ 야매 명의는 블랙잭..ㅋㅋ 이 뭐꼬? ㅋㅋㅋ 이런게 의외로 많음.
그래서 결국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하면 선과 악의 균형을 잘 유지하자 뭐 그런 거다. 악으로 가득한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악이 되는 수밖에 없겠지만, 그곳을 탈출해서라도 선을 추구해라 뭐 그런 거.... 사람은 서로 기대고 살아야 한다 그런 메시지도 풍기고... 하지만 그런 거 다 떠나서 그냥,
시로와 쿠로는 함께여야 가장 행복하다는 것.
그냥 그 둘이 행복해지길 바라면서 봐도 되지 않을까?
아주 단순하게 얘기하면 그런 이야기다.
그리고 매우 스타일리쉬하고 화면전환이 좋은 애니메이션.
나의 감상은..............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아아, 꽤나 칙칙했어. 엔딩 크레딧에서 치유될 줄은 또 몰랐네! ^-^
시로의 환상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눈을 부릅뜨고 보자! 쿠로와 족제비의 씬 여기도 코끼리. 근데 이거 장면마다 조형물이 달라지는 듯...? 언제는 개구리던데...
영상 언어가 매우매우매우 섬세한 애니메이션!
매니악한 '작품'이 보고 싶다면 추천.
가볍게 기분전환용으로는 비추.
이런 스토리가 싫은데도 불구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