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얄팍해요~문화생활/영화

올해도 넘버링 229. 신과 함께 -죄와벌

by 와옹 2018. 2. 14.

2017년 / 139분
한국, 판타지

원작  주호민 作 웹툰 <신과 함께>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강림 역), 주지훈(해원맥 역), 김향기(이덕춘 역), 차태현(김자홍 역), 김동욱(김수홍 역) + 이정재 외 다수


한마디로... : 저승 삼차사와 망자(김자홍)의 환생을 건 일곱지옥 심판기에 웬 원귀 동생이 끼어들어 난장판 끝 얼렁뚱땅 가족신파 어머니는 위대하다... -_-;;;


기대 이하다. 
웹툰을 본 사람은 재미 없고 안 본 사람은 재미있다더니, 나처럼 웹툰을 봤지만 구체적으론 기억 안 나는 사람에게도 재미 없을 줄이야.
나보다 원작을 더 많이 기억하고 계신 어머니도 "재미 하나도 없다"고 하심. 
조금이라도 큰 TV로 보겠다고 난생 처음 케이블티비 VOD를 구매해서 (신작을!! 겁나 비싼 거!) 엄마랑 과자 까먹으며 봤는데... 중간에 한번 끊고 고구마와 배로 허기진 마음을 달래며 후반전 감상을 했을 정도로 재미 없었다. 생각보다 작은 화면이라 몰입이 방해된 걸까? 그러나 어머니께선 "크게 봐야 화면 좀 웅장한 거 빼면 뭐 있냐"고 일갈하셨다. 
넹.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우선, 영화는 웹툰의 재미난 변호사 캐릭을 버리고 대신 강림을 새로이 넣어 우리 신화의 '저승 삼차사'를 완성했다. 그리고 이 삼차사가 (아마도 불교에서 말하는?) 일곱 지옥을 통과하며 망자를 변호하도록 하였다. 여기까지는 웹툰의 참신함을 영화적으로 잘 바꿨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연성이나 설득력 없이 튀는 설정만 있는 삼차사와 저승대왕들, 아무리 아닌 척해도 전형적이기 그지 없는 김자홍 수홍 형제는 배우들 열연으로 넘어갈 뿐이지 아무 매력이 없고, 이야기는 웹툰 1부에서 가장 찡했던 두 에피소드를 하나로 뭉쳤는데도(형제로 짬뽕하며 디테일이 많이 달라졌으나) 조금도 가슴을 울리지 못했다. 눈물샘은 자극했다. 극장에서 봤다면 (좀더 몰입했을 테니) 눈물이 또르르 흘렀을 거 같다. 하지만 그 한 장면 빛나는 열연을 제외하곤 정말로 모든 게 기대 이하였다.

첫째, 참신함. 저승을 현대적으로 또 가벼운 태도로 해석한 몇몇 부분들은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새롭지 않은데, 하필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이런 부분을 재미있게 봤다 쳐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의 불친절함(난잡함..)에 천만 관객들은 어떻게 몰입했는지 감탄스럽다. 

둘째, 과도한 설정. 아무리 2부작의 전편이라고 해도 자홍의 인생을 조각낸 것에 수홍의 사연까지 조각내 접붙이고, 간간이 강림의 과거사까지 뭔가 있는 듯 끼워넣은 구성은 너무 과하다. 이번 편에 다 소화하지도 못할 과한 설정들을 꾸역꾸역 나열해 설명한다. 그러니까 나는, 이 영화가 이 정도의 막대한 자본을 들여 이 상태로 개봉될 수 있었다는 게 화가 날 정도다. 영화는 돈 있는 자들이 만드는 거야. 응~ ...이런 느낌마저;;; 그러나 더 놀라운 건 천사백만 관객이 봤다는 거지........ 판타지 영화에 특히 인색한 내 취향 탓을 해야 하나. 적당한 볼거리에 막판 눈물샘까지 건드리니 관객들이 만족감을 느낀 걸까. 아니면 오로지 극장에서 안 본 게 죄일까. 

셋째, 신파와 판타지. 이 두가지를 기가 막히게 버무린 게 원작 웹툰인데 영화는 둘 다 어정쩡했다. 하나하나는 괜찮을지 몰라도 잘 붙지 않는다. 보면서 내내 왜 하필 저 이야기에 판타지가 들어가야 하는 걸까? 자문했다. 긴장감 없는 저승의 심판 과정과, 괜한 긴장 유발해 보려고 튀어나오는 저승의 원귀졸개들(? 당최 정체를 모르겠;;)이 하나도 무섭지도 재밌지도 않았거든. 영화가 제시한 설정에 익숙해진 후 유발되는 긴장이 아니라, 일단 긴장상황 터뜨리고 추후 설명하는 방식이라 그렇게도 손에 땀은커녕 보송한 한기가 돌았나보다... 
결정적으로 이런 저승판타지의 핵심은 '생사가 갈린 불가항력의 애틋함,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후회나 원망' 같은 건데.... 그런 게 하나도 안 느껴져..... 저승을 너무 미션 클리어하는 게임 관문처럼 해석한 거 아닙니!? 

원작의 그 찡한 정서적 온기를 느꼈던 사람이라면 영화에 만족할 수 없을 것 같다. 원작의 장점을 극대화하지도 못했고 드라마와 인물은 전형적이고... 남는 것은 판타지 CG인데... 음... 나 돈 처들인 쌈마이 비주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별 감흥 없었어요... 타이밍이랄까, 개연성이랄까, 내용상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CG가 터져나올 때의 그 쾌감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아마도 좋다는 평을 듣고 보면 큰일날 영화가 아닌가 싶은, 
아직 안 본 분들이라면 부디 기대감을 낮추고 보길 권하는 천만 영화 <신과함께-죄와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