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좀 비약적이고 엉성한 부분도 있어, 일본 특유의 세밀화라고는 할 수 없겠고.. 종종 부르짖는 가미가제 류의 (목숨값-_-)투쟁과 (상대적)정의도 없고.. 오히려 이야기를 직구로 탁탁 던지는 건 우리나라 드라마와 더 닮은 것 같다. 뭐, 그런 점은 표류교실도 마찬가지였나...^-^;
'롱베케이션-표류교실'은 비슷한 내용에 출연진이 좀더 호화롭지만, 이야기가 너무 평면적이고 말초적이다. 대충 머리로 생각해서 전개되는 뻔한 이야기, 황당한 얼개. 반면, '~미만도시'는 '15소년 표류기'의 '모래시계' 버전같은 느낌이다. 막판엔 광주항쟁도 연상되는 게.. 저거 쓴 작가도 송지나처럼 운동권 세대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둘 다 갑자기 억류된 상황에서 조직되는 사회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현실감은 전혀 다르다. 만약 누가 표류교실를 보려고 한다면 '그것보다 미만도시를 봐'라고 추천하겠다.
또는 나처럼 15소년 표류기 류의 '아이들만의 사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추.
주인공은 킨키 키즈.
드디어 츠요시와 코이치를 구분하게 되었다. (해서 뭐하게? ㅎㅎ)
야다 아키코도 조금 나오는데 정말 얼굴이 변함없고... 어린 마츠모토 준도 나오는데 이쪽은 엄청 변했고..^^ 그 외에는 전부 모르는 사람들이다. 연기는 다들 특별히 감동적이지도 거슬리지도 않는 합격점.
보다시피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 비주얼-게다가 전혀 감각적이지 않은 화면-이라 볼까말까 했으나, 두 주인공이 귀엽고 전개도 빠른데다 중반부터는 이야기가 급선회해서 끝까지 다 보고 말았다. 결말도 만족스럽고. (감각적이지 않은 화면이라고 한 것은 취소. 볼수록 화면이 괜찮다)
아마 8화쯤에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굳이 감상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 2화 덕분에 드라마의 격이 달라졌달까.. 단순한 투쟁이 복잡한 투쟁으로 바뀌면서, 드라마 속 인물 뿐 아니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울림이 생겼다.
아이들의 사회에서 어른들의 사회가 그대로 재현된다는 것은 씁쓸하지만, 그래도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이들 특유의 판도라의 상자가 있기 때문이다. '희망'과 '용기'와 '꿈'. 제아무리 오염된 아이들의 이야기라 해도 이런 이야기에선 항상 저 세가지가 남는다. (최근의 왕따라던가를 보면 희망이 없어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난 사회고발성 드라마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 '저러면 안돼'라는 것만 집요하게 보여주고 끝나면, 죄책감만 들고 가슴만 아프다. (고발 프로도 마찬가지) 하지만 '~미만도시'처럼, 비록 단순하지만 이런저런 방법을 그려보고 조망하고, 이것이 결코 드라마 속의 이야기로 그쳐선 안된다고 말해주면 좋아한다. 죄책감 대신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것.. 이런게 사회성이 아닐까.
무엇보다 드라마로서 재미있다! 열편짜리 이야기 안에 로빈슨 크루소도 있고 15소년 표류기도 있고 맥가이버나 1984년도 맛볼 수 있으니까.
제목도 참 중의적이다. 우리들의 '용기 미만' 도시일까, 우리들의 용기, (20세)미만 도시일까.
이상적이면서 현실적인 내용처럼 제목도 닮은꼴이네.
과연 적당히 도망친 걸까, 적당히 맞선 걸까.
생각하게 만든다.
★★★★☆ 후한 것은 개인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