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얄팍해요~문화생활

국정원 요원이 본 개늑시

by 와옹 2007. 10. 12.

좀 지난 기사이긴 하지만... 재미있어서 퍼왔다. (한참 뒷북이지??)

원문기사 -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닷컴 ㅣ 임근호·탁진현기자] "국정원에 이준기처럼 잘생긴 요원은 없어요"

사실 정보요원 하면 화려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007' 제임스 본드 부터 '에어시티' 이정재, '개와 늑대의 시간'(이하 개늑시) 이준기·정경호까지. 대부분 훤칠하고 잘생겼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실제 요원의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 속 이미지와 180도 달랐다.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집 아저씨의 얼굴. 부담스럽기는 커녕 편안했다.

"어느 분이 따져 묻더군요. 왜 이준기처럼 생기지 않았냐고. 그래서 답했죠. 의사들이 다 김명민('하얀거탑' 장준혁 역) 처럼 잘생겼냐고요. 사실 우리 요원들 살펴보면 다 평범합니다. 이정재나 이준기, 정경호 처럼 눈에 띄게 잘생긴 요원은 없어요. 정보요원은… 한번에 기억되면 안돼요. 어디서 봤는지 가물가물 해야죠."

드라마가 그렇다. 극적 재미를 위해 다소의 과장은 필수다. 휴대폰만 봐도 알 수 있다. 영화 속 본드는 최첨단 기능이 탑재된 휴대폰을 들고 다닌다. 그러나 실제 국정원 요원은 다르다. 카메라 하나 없는 '무식한' 구형 단말기를 들고 다닌다. 내부 기밀문서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 이처럼 드라마와 실제는 큰 줄기는 비슷할 지 몰라도 세부 가지는 차이가 난다.

최근 2편의 드라마를 통해 대중 속에 깊이 파고든 국가정보원(National lintelligence Service). 지난 20일 국정원 관계자를 만나 정보요원의 비밀스러운 삶을 물었다. 실제 NIS요원과 드라마 속 NIS요원은 어떻게 다를까. 아니 어떤 모습이 비슷할까.

◆ 요원 VS 요원

▶ 외모 : MBC-TV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시청자의 눈과 귀를 고정시키는 두 남자. 바로 NIS요원 이수현(이준기 분)과 강민기(정경호 분)다. 둘은 '007' 제임스 본드 뺨치는 외모로 뭇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실제 NIS 요원. 이들처럼 얼짱에 몸짱일까.

"그렇지 않습니다.오히려 그 반대죠. 이준기와 정경호처럼 잘생긴 사람은 실제 요원으로 적합하지 않아요. 정보요원은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그 얼굴이 쉽게 기억되서는 안됩니다. 두 세번 봐도 금새 잊혀질 만큼 평범한 얼굴이 좋아요. 있는 듯 없는 듯. 요원의 미덕이죠. 요원을 뽑을 때도 이런 점을 고려합니다. 평.범.한.얼.굴. (하하)"  

▶ 사랑 : 국정원 실장 강중호(이기영 분)은 드라마에서 아들 강민기에게 서지우(남상미 분)와 결혼하려면 국정원을 떠나라고 말한다. 서지우의 아버지가 국제조직 '청방'의 보스 마오(최재성 분)기 때문이다. 신분의 차이 때문에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NIS 요원의 삶. 실제로는 어떨까.

"요원도 사람인데 연애는 하죠. 국가정보원이라 해서 요원의 사랑까지 막을 권리는 없습니다. 사랑은 누구와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은 다르죠. 배우자의 신원을 조회합니다. 실제로 드라마와 비슷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요원 중 한 명이 외국인과 사귄 적이 있었습니다. 국정원 요원은 외국인과 결혼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지만 국정원 요원의 결혼에는 국경이 있습니다. 결국 그 요원은 국정원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국가 정보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죠."

▶ 신분 : NIS요원 이수현은 '케이'로 이름을 바꾸고 청방에 위장잠입(언더커버)한다. 작전을 수행위해 그는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감춘다. 아예 죽은 사람으로 위장한다. 가족들에게 조차 살아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비밀로 한다. 요원인 그의 삶은 비밀투성이다.

"실제 요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 알려진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장, 1차장, 2차장, 3차장, 기조실장 등 정무직 5명 뿐입니다. 이 외에 모든 직원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며 살아가죠. 직업은 가까운 친구와 친척 등에게도 비밀입니다. 그냥 조그만 회사에 다닌다고 둘러대죠. 작전은 더더욱 비밀입니다. 부모님 뿐 아니라 아내까지도 무슨 일을 하는지 절대 모르게 합니다. 무조건 비밀입니다. 보안이 생명이기 때문이죠."

◆ 작전 VS 작전

▶ 위험 : 최근 강중호 실장이 작전 수행 중 사망했다. 뒤를 캐고 있던 국제조직 청방의 조직원 상식(이태성 분)에게 급습을 당해 죽는다. 이준기 역시 작전을 수행하면서 죽을 고비를 몇차례 넘겼다. 극적 긴장감을 위해 상상력을 발휘한 것일까. 아니면 실제로도 위험할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요원의 죽음 뒤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46명의 요원이 작전 수행 중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죽은 뒤에도 요원의 이름은 보안사항입니다. 대신 추모석에 '별'을 새깁니다. 국정원 내 추모관에는 작전 중 순직한 요원 46명이 별이 되어 반짝이고 있습니다. 국가를 위해 일하다 국가를 위해 죽어도 개인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 것. 바로 요원의 숙명입니다."

▶ 공작 : 변동석(성지루 분)은 극중 전직 국정원 요원으로 등장한다.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안기부(국정원 전신)에서 제명당하지만 '청방' 소탕을 목적으로 다시 국정원 작전에 투입된다. 실제로도 국정원 작전에는 변동석 같은 외부 인물도 영입될까.

"물론 변씨처럼 문제 있는 사람은 절대 작전에 투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외부인물을 이용한 작전수행은 경우에 따라 있습니다. 이는 정보학에도 나와있는 요원의 공작 프로세스 중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드라마처럼 개인적으로 고용한 스파이를 이용해 공작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요원이 스파이로 분해 직접 작전에 투입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 위장 : 이수현은 적의 조직에 위장으로 잠입해 스파이 활동을 펼친다. 한마디로 '언더커버' 요원으로 활동한다. 청방의 불법을 알아내기 위해 도청기도 설치한다. 자료를 몰래 빼내기도 한다. 적진에 들어가 적으로 가장해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 실제로도 언더커버 요원이 존재할까.

"'국정원 요원'은 극을 이끌어가는 모티브일 뿐이죠. 에피소드는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합니다. 실제상황을 물어보시면 'NC'입니다. 흔히 말하는 노코멘트죠. 보안상 어떤 답변도 할 수가 없네요."

◆ 드라마 VS 현실

▶ 가능성 : 드라마는 현실 세계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럼에도 불구 분명한 점은 허구의 세계라는 것이다. 현실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 드라마를 실제상황과 혼돈해서는 곤란하다. 국정원 요원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개늑시'.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는 무엇일까.

"'개늑시'의 경우 국정원에 자문을 구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강민기의 독자행동이 가능한 일인지 묻습니다. 그럼 우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답합니다. 드라마는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우리가 자문을 해줄 순 있지만 그의 창작능력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점요? 지금까지 너무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모든 가능성은 열어둬야 하기에 드라마를 보며 '저럴 수도,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합니다."

▶ 차이 : 무한 가능성 때문일까. 극 중 있어서는 안될 일들도 종종 벌어진다. 예컨데 이수현과 강민기가 독자적으로 행동해 조직의 위계를 깨는 것이다. 국정원 내부에 스파이가 잠입해 역공작을 펼치는 것도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강민기가 단독행동을 벌였을 때 팀장이 이렇게 말하죠. '이게 말이 되는 행동이야?'. 그렇습니다. 말이 안되는 행동이죠. 물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또 하나, 국정원 내부에 스파이가 있는 상황. 우리로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중간첩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순 없겠죠. 실제로 FBI, CIA, MI6(영국), FSB(러시아) 등 선진국 정보기관에서도 이중간첩 사례는 더러 있었습니다. 절대 있어서는 안되겠기에 더욱 철저히 내부보안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 내부 : '개늑시'는 작품뿐 아니라 세트로도 관심을 모았다. 국가정보원의 자문을 받아 비밀스런 거처를 세트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내부 세트뿐 아니라 지문인식기와 홍채인식기까지 설치했다. 세트는 실제와 얼마나 비슷할까.

"드라마 제작진에게 국가정보원 내부를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제작진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건물 내부를 공개하긴 어렵습니다. 드라마 세트와 국정원 내부가 어느정도 비슷한지 이야기 하기도 곤란합니다. 국정원 내부 모습에 관한 이야기는 역시나 노코멘트입니다. 단 국정원 입구에 있는 안보전시관은 100% 개방입니다. 국정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누구든지 와서 볼 수 있습니다."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국가정보요원. 사실 국정원 취재는 그 어느때 보다 힘들었다. 정보를 다루기에 말할 수 없는 보안사항도 많았다. 야심차게 준비한 긴 질문이 '노코멘트'라는 짧은 답변으로 끝날 때도 있었다. 그래도 드라마 이야기만 나오면 그 어느 시청자 보다 흥분했다. '드라마와 현실이 다르다'고  핀잔을 주기 보다, '이준기와 정경호가 멋있다'고 뿌듯한 미소를 짓는 그들이었다.

<사진 = 김용덕기자, MBC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