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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영화

올해도 넘버링 245. 보헤미안 랩소디

by 와옹 2018. 11. 20.

2018년 / 134분
미국, 실존인물드라마

감독  브라이언 싱어 (막판에 해고되고 덱스터 플래쳐 감독 투입이라는데?)
출연  라미 말렉(프레디 머큐리 역), 루시 보인턴(메리 역), 귈림 리(브라이언 메이 역), 벤 하디(치대 출신 로저 테일러 역), 조셉 마젤로(존 디콘 역), 마이크 마이어스(EMI관계자 역), 에이단 길렌(매니저 존 리드 역), 톰 홀랜드(마이애미 비치 역), 알렌 리치(폴 프렌터 역) 외


퀸의 노래를 좋아하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내가 
무려 이 영화를 3번이나 본 친구 덕분에! 음향이 제일 좋다는 소문의 영등포 CGV THX관에서 관람하였다. T^T 땡스얼랏!
영화가 시작할 때 시끄러웠던 음향은 마지막엔 더 커도 될 것 같은 빵빵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친구님 말로는 사운드X관보다 좋았다고 한다. 

처음엔 퀸 또는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를 가지고 무슨 감동적인(사람들이 울었다는 정보!) 스토리가 되려나 의심했는데...
눈물이 찔끔 날 뻔한 순간들이 있자, 아우, 영화 좋당... 잘 만들었네... 막판 라이브는 진짜 짱이여~! 하면서 참으로 잘 보고 나왔다. 
그런데... 이 감상을 적기 위해 잠시 관련 정보를 서치한 나는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으니....!!!

잠깐, 배신감을 말하기 전에 내가 무척 궁금했던 '배우들 라이브인가?' 하는 궁금증부터 풀자면...........
제작진이 배우 라이브는 처음부터 생각도 안 했단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당연한 얘긴가. -_- 글치... 근데 저 당연한 얘기를 의심케 한 배우들의 립싱크 연기력에 박수를~!!!
하지만 라이브 에이드 장면이 실황의 립싱크라는 말들은 믿기 어려웠는데(정확히는 "라이브 실황을 틀어놓고 립싱크를 했다"고 말하는데, 이게 라이브 실황을 그대로 입혔다는 뜻이 아니고, 찍을 때 몰입을 위해 실황을 틀어놓고 했다는 얘긴가 보다.), 실제 라이브 에이드 영상과는 (노래 구성이 빠진 것도 있고) 정서가 완전히 다르다. 게다가 일상에서 노래하는 장면도 많은데 목소리가 튀지 않는 걸로 보아 대역이 있든 배우가 불렀든 했겠다고 생각했다. 정답은! 마크 마텔이었다. 
마크 마텔은 프레디의 모창자로 매우 유명한 가수라고 한다. 그는 이 영화에 얼만큼 참여했는지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데, 나는 거의 전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내 귀나 음악성이 그리 뛰어나다곤 할 수 없음 주의..) 특히 마지막의 라이브 에이드 장면은...

프레디 머큐리보다는 마이클 잭슨을 닮은 주연배우 라미 말렉은, 똑같다! 고 느끼게 하면서도 내가 본 프레디 머큐리보다 훨씬 교태로운 몸짓을 보여 조금 갸우뚱했더랬다. 영화 말미에 나오는 실제 프레디의 공연 모습조차 순딩순딩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영화의 컨셉에 맞춘 '프레디 머큐리'였다고 생각되고 그 교태로운 이질감조차도 활동 당시 대중이 느낀 충격과 이질감을 생각하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그래도 프레디 머큐리는 훨씬 건강한 악동 이미지이지만...)

영화 속 퀸 멤버들의 싱크로율은 너무나도 높아서, 특히 뽀글장발 브라이언 메이가 첫등장할 땐 난 어디서 뮤지션 데려온 줄 알았다. 퀸으로서의 이들의 활약상은 거의 그려지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멤버 모두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스토리텔링이 좋았다. 바로 이 스토리텔링이 나에게 배신감을 안겨주었지만... ㅠ.ㅠ

프레디가 그룹 스마일과 원래 알던 사이였다거나 따로 밴드활동을 하다 합류한 사실, EMI 사장 역할이 가공의 인물이라거나(당근 그 에피소드도 당시의 반발 분위기를 뭉뚱그린 가공의 장면), 자신의 출신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각색이다. 악역으로 나오는 폴을 해고한 시점이 라이브 에이드 이후라거나 영화와 달리 짐 헌트랑 상당히 오랜 기간 애인이었다거나 동성애 스캔들 못지 않게 이성애 스캔들도 많았다는 사실 등등도 별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에이즈를 알게 된 시점이 라이브 에이드 이후라는 건.........! 너무하잖아!!!!???

난요... 라이브 에이드 무대에 오르기 전, 프레디의 에이즈(당시엔 사형선고) 발병 소식에 퀸 멤버 모두가 슬퍼하고 그 슬픔을 뛰어넘으려는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는 모습들이 (진짠 줄 알고) 너무너무 감동적이었단 말이요.... 연출도 그렇게 했고 연기들도 그렇게 했고, 라이브의 정서도 그랬고.... 무대에 오르자마자 나온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는 죽음을 느끼게 한데다, 다른 노랫말들도 죽음이든 그 어떤 괴로움에도 지지 말자는 정서로 가득했건만... 그게 아니었다니. 또르르... 
어쩐지... 실제 라이브 속 프레디는 너무 건강한 미소를 뽐내더라....

영화가 반드시 현실과 같을 필욘 없고, 실제로 그런 마음으로 공연을 한 적도 있을 테고, 그러니 그 언젠가 '충분히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순서를 조금 바꿔 앞뒤를 맞춘다 해도 큰 문제는 없을지 모른다. 중요한 건 퀸의 전체적인 삶과 인간관계가 녹아있다는 것이고, 퀸의 음악성을 대변했고 그 노래로 감동을 주었고, 퀸에게 경의와 호감을 느끼게 했다는 거니까.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할 말 없다. 실제로 이런 의도로 제작한 게 아닐까 싶고. 
다만... 문제는, 관객 중 한 사람에게 배신감을 안겨주었다는 것...
그것도 감동한 부분이 가짜라는 배신감을.
퀸의 팬들은 영화가 퀸의 천재성을 다 담지 못했다고 하지만
일반 관객의 눈에는 저 정도로도 천재성을 느끼겠고,
음악적인 고뇌나 성장과정이 없는 건 아쉽지만
그건 선택의 문제니까, 제목의 '보헤미안'처럼 자유로운(실제 보헤미안이 자유로운지에 관한 논의는 뒤로 하고) 퀸의 음악성을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으니까 괜찮다. 
하지만 "라이브 에이드에서 저런 마음으로 노래했겠구나"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그걸로 감동을 이끌어낸 클라이막스만은 찬성할 수 없다. 
영화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설령 누가 써도 저것이 최선이었을 거라고 한다 해도, 
내게 그것은 너무 큰 거짓말이다. ㅜㅜ

어쩐지
영화의 메시지도 좋고 노래도 훌륭했지만 감동이 묵직하진 않더라니... 
그게 다 이런 이유인가 싶다. 
영화적으로는 고민 많이 했겠고 잘 각색한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관객으로서는 찬물. 

그래도 음악영화로서 짜릿한 즐거움을 주니 극장에서 보는 게 마땅한 영화.
특히 관객들까지 열연(?!)하는 라이브 에이드 공연 씬은 압권이다.
일단 (내 배신감은 빼고) 강추, (내 배신감 넣고도) 추천. 

나처럼 속지만 않으면(미리 알고 본다면) 이 또한 아무것도 아니겠지! 


같이 보면 좋을 링크 몇개 넣어본다.

 *블록버스터 시시콜콜 - 보헤미안 랩소디 깨알정보 (Daum 영화)

 *어느 퀸 팬의 브런치 글

 *그리고... 대망의 라이브 에이드 실황 영상!


끝으로 감명 깊었던 어록은

"퀸은 부적응자들을 위한 부적응자 그룹"
"나는 무대에서 내가 바라는 사람이 돼"
"나는 리더가 아니라 리드싱어입니다."

and... 퀸의 노랫가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