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난 이걸 리뷰하고 있지?
최근 본 일드 중 가장 미묘한 수사물!! 유류수사~
주인공 이토무라는 살해현장에 남은 물품들(유류품)을 담당하는 형사로,
수많은 유류품 중 단서가 될만한 것들을 선별해 과수연으로 보내는 역할...인 것 같은데 주인공이다보니 이걸 가지고 직접 수사까지 하러 다닌다.
말만 들으면 꽤나 다이나믹할 것 같지만? 완전 느슨하다는 게 이 드라마의 포인트!
-죽은 사람은 말을 못하니까 그가 남긴 것을 가지고 진실을 추적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봄직한 주인공의 이 수사 방침은, 그래서 종종 범인찾기를 등한시한다. (아니 결국 다 알아내긴 하지만요.)
그가 찾는 진실은 범인이나 살해동기나 범죄수법이 아니고! 범인을 잡아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들, 즉 피해자가 왜 그런 죽음의 상황에 처했는가, 마지막까지 지니고 있던 물건이 대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그리하여 범인은 보통 중반 넘어가면 밝혀지고 클라이막스는 항상 유족이나 관련자에게 피해자의 유류품을 전하는 데 할애된다.
이러니 재미 없지.
재미 없게 만드는 두번째 포인트는 우려먹기용 대사들로, 이토무라가 수시로 말하는 "신경 쓰이지 않나요?(기니나리마셍까?)"는 우쿄상의 대사잖아!!!! 아이보우 얼팬도 아는 사골뼈 대사를 왜 여기서 우려먹는 거냐며, 무려 아이보우의 후속편성드라마가 이래도 되는 거냐며 혼자 흥분... ㅡ.ㅡ
"...라고 누가 말했다."식의 참견이나 "3분만 주시겠습니까."같은 대사도 느무느무 오글거릴 정도로 구닥다리라서.... 일단 이런 대사 나오는 시점에 20년은 후퇴한 느낌이 확 든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김상중 버전..)
곰곰히 뜯어보면, 이게 참 복잡한 드라마인 거다.
보통의 형사물은 하나의 루트를 파고들어 범인에 이르기 마련인데 이건 일반적인 수사와 유류품이라는 두개의 루트로 접근하거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단서를 파고드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지만, 대부분 범인에 이르는 결정적 단서, 범인 색출이라는 큰 줄기에서 비져나온 잔가지이기 마련이다. 근데 여기서 주목하는 유류품은 범인의 단서보다는 피해자의 단서일 때가 많아서, 서로 다른 루트가 만나기도 하고 따로 가기도 한다. 그만큼 인물과 단서는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이야기의 힘은 분산되고.
주인공은 뛰어난 안목과 발품으로 수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만, 범인과의 두뇌싸움이나 몸싸움은 전무하고(의외로 격투에도 능한 것 같지만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불타는 정의감이나 단죄 의식도 없다. 아이보우의 스기시타 우쿄는 냉정해도 범죄에 대한 단호한 윤리관 때문에 공감이 가는데, 이놈의 이토무라는 오로지 죽은 자의 인생에만 관심있는 듯 밖에서는 일촉즉발이거나 말거나 유류품의 의미만을 좇는다. 얼핏 귀엽기도 한 괴짜로 포장되었지만 사실은 우쿄 상보다도 열 배는 인간미 없는 인물이 이놈이란 거.. 이런 주인공으로 시즌 3까지 나온다는 건 치밀한 각본을 칭찬해줘야... 응? (치밀하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겠지만, 알아요, 그 맘 아니까 워워~)
치밀하다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되게 복잡한 판을 꾸렸다는 의미. 오밀조밀 짜놓은 인간관계나 사건의 전모는 심심한 전개에 비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 (전개에 긴박감만 더했다면 엄청 히트했을 것 같은 기분도..)
주인공은 일반적이지 않은 루트로 죽은 자의 사연에 접근하고 감동의 지점도 거기에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범죄 희생자의 마지막 순간을 끈질기게 추적한다는 것, 그리하여 피해자가 왜 하필 그렇게 죽었으며 마지막까지 소중히 여긴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전달하려는 집착. 그것이 이토무라에게 인간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지점이고 이 작품만의 미덕이다.
쫓고 쫓기는 긴박감이나 엎치락뒤치락하는 두뇌싸움은 없지만 사소한 단서로 추적해 가는 성실한 정공법.
주인공과 수사팀이 각각 다른 갈래로 파고들어 오다가 마주치는 지점의 쾌감,
하지만 그건 본론이 아니야~라며 쿨하게 내던지고 죽은 이의 진실에 다가가는 후반부.
밋밋하거나 감동적이거나.
그래서 아주 막 재밌지도 재미 없지도 않게 된 미묘한 수사물.
그런데도 또 챙겨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
<유류수사> 땡기면 한번 보시등가 말등가~.
★★★☆